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이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의 수요를 분산시킬 고급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D.camp)에서 한국경제TV와 인터뷰를 갖고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절대 강남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그 부담을 지고도 강남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수요는 얼마든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남의 수요를 분산시킬 만큼 고급주택을 민간이 활발히 공급하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린밸트 같은 좋은 위치와 환경을 갖춘 곳에 민간이 고급아파트를 자유롭게 지어서 비싸게 팔게 해주면 강남 수요가 줄고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 그린밸트를 풀어 서울에 구하기 힘든 좋은 위치에 서민 아파트를 지어 공급했지만 결국 서민 아파트 가격만 안정됐을 뿐 강남 아파트 가격은 안 떨어졌다"며 "강남 집값 가격을 낮추는 것은 민간의 경쟁을 통해 가능할 뿐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호 공급 공약에 따른 분당 개발을 꼽았다.
박 이사장은 "분당이 생긴 후 몇 년간 강남 집값이 요지부동이었다"며 "이와 비슷하게 서울 외곽의 골프장, 비행장 등 시설을 더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고속도로, 지하철 등 SOC를 잘 춰주면 민간이 활발하게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수요 억제만으로 절대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발전하는 한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려면 공급이 같이 늘어나야 하는데 모든 수요억제 정책이 동시에 공급을 억제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모든 국민의 소원이 열심히 일을 해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인데 그 수요를 억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며 "수요억제가 가능하려면 경제가 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투자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안 살 수가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역대 우리나라가 집값이 안정됐을 시기는 노태우 정부 때 200만호, 노무현 정부 후반기 2기 신도시 건설 등 공급이 활발하게 진행됐을 때 뿐이라고 덧붙였다.
노태우 정부 때 공급을 늘려놓은 덕에 김대중 정부 때 집값이 안정됐고, 노무현 정부 때 늘어난 아파트 덕에 이명박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반면 박근혜 정부 때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제 때하지 못해 현 정부에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공급 늘리고 주거안정에 기여.."다주택자 순기능 인정해야"
박 이사장은 현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서민 주거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을 투기꾼으로 모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이사장은 "다주택자가 여러 채 집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집을 열심히 지어 팔 유인이 만들어졌고, 젊은이들이 (매매가 보다) 적은 돈으로 비싼 집에 살 수 있도록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다주택자를 압박해 거래가 위축되면 건설업자는 집을 지을 짓기가 어려워져 주택 공급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정부가 할 일은 공급을 충분히 늘려 더 이상 집값이 올라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집값이 안정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더 적은 돈을 내고도 임대할 수 있는 아파트를 비싼 돈을 내고 매매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공급을 많이 늘리는 방안 중에 하나가 임대사업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처럼 집주인과 직접 상대하지 않고 주택관리회사를 통해 계약이 진행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젊은이들이 큰 부담없이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수희 기자 shji6027@wowtv.co.kr
강미선 기자 msk52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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