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8일 건의한 독립수사본부 구성안이 법무부 장관 지시를 불이행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놓고 두 사람이 서로 평행선을 달려왔다는 점에서 이날 극한 대립 상황은 예견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장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추 장관의 잇따른 경고에도 윤 총장이 또 절충 시도를 하면서 추 장관의 심기를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대검 당혹…"오늘 추가 입장 없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엿새 만에 윤 총장이 낸 절충안이 1시간40분 만에 `즉시` 거부당하자 대검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되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도록 하겠다는 윤 총장의 건의를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불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게 앞서 지정한 기한인 오는 9일 오전 10시까지 지시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을 다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장관의 지시를 전면 수용하라는 압박이다.
추 장관이 특임검사 등 제3의 안을 사전에 봉쇄한 데 이어 절충안을 지체 없이 거부한 것에는 윤 총장의 모호한 지시 수용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이 지난 25일 윤 총장을 겨냥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은 지난달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의혹 진정 조사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된 점을 문제 삼으면서 대검 감찰부가 총괄할 것을 지시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시를 받고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함께 조사하도록 했지만 대검 인권부장에 총괄을 지시하면서 추 장관의 공개 질타를 받았다. 장관의 지시를 절반만 이행해 애초 지시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지난 2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수차례 `상급자의 지휘·감독`이나 `특임검사` 안은 "장관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은 이런 절충 시도가 반복될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윤 총장의 절충안도 추 장관 입장에서는 `대검 인권부 총괄 지시`처럼 장관 지시에 정면으로 맞선 `반쪽짜리 지시 수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 검사장 회의까지 소집해 신경전 벌였지만 `사면초가`
윤 총장이 내놓은 절충안은 지난 3일 소집된 검사장들 입장에서도 `반쪽짜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검이 지난 6일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고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는 부당하다는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이는 `대다수 의견 내지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윤 총장은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겠다고 하면서 검사장 의견이 아닌 추 장관의 수사 지휘를 일부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김영수 서울고검장의 독립적인 수사 지휘를 건의했지만 사실상 `특임검사`라는 표현만 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성급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검찰 내부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의 연이은 자충수로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갈등이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9일 오전 10시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은 다시 윤 총장에게로 넘어갔다.
정해진 시간까지 윤 총장이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추 장관은 사실상 지시불이행으로 보고 후속 조치에 돌입할 수 있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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