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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하지 않았으며, A씨가 자신의 혈압을 재도록 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로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A씨 측에서 나왔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6일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 자료를 내고 박 전 시장이 직접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A씨는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박 전 시장의 인사 원칙을 근거로 전보 요청을 했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은 "누가 그런 걸 만들었느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인사 이동을 만류하고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A씨는 이 단체 측에 진술했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되다가 지난해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다.
A씨는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자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인사 담당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단체들은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피해자(A씨)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은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이 단체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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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들은 A씨 등 직원 증언을 토대로 박 전 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료에서 의혹의 당사자를 `시장`이라고만 기재했으며 해당 인물이 박 전 시장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일례로 자료에는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면서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는 증언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는 내용도 나온다.
자료에는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는데 이를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다"면서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지만, (서울시 관계자 등이)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피해자에게) 해당 일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기재돼 있다.
이 단체들은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후 서울시 전 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으로부터 압박성 연락을 연이어 받았고 말했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들은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하거나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면서도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하는 얘기 등을 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다.
때로는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는 압박성 전화 내용도 있었다고 이 단체들은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를 확보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양 단체의 발표 후 서울시는 `여성단체 발표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냈으나, 전보 불허, 여성 비서의 업무 내용, 피해자가 받은 압박성 연락 등 구체적인 주장 사안에 대한 해명이나 반박은 빠져 있었다.
서울시는 "조사단 구성을 위한 제안을 15일과 16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공문으로 보냈으나 회신이 없는 상태"라며" 16일 두 단체가 입장발표를 통해 요구한 제안사항도 대폭 수용해 조사단 구성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조사단 구성을 위한 서울시 제안에 (양 단체가) 조속히 응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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