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잡을 '독일산 전기차', 아우디 e-트론 타보니 [배성재의 Fact-tory]

입력 2020-07-17 17:44   수정 2021-02-18 23:46

아우디 첫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 시승기
정교한 디자인·정숙한 주행 등 "테슬라 비교우위"
1회 충전 주행거리 307km…"세계 최고 회생제동 능력"
1억 가까운 가격…수입 전기SUV 시장 경쟁 시작
《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재 후기를 텍스트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아우디가 브랜드 첫 전기차인 e-트론을 이번 달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이미 독일에서는 작년 3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모델인데요. 2019년 전체 EU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X, 메르세데스-벤츠 EQC의 판매량을 제친 성적표도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 명가지만 전기차는 후발 주자인 아우디가 절치부심해 만든 럭셔리 전기SUV인 만큼 관심도 높았습니다. 국내 출시에선 300km를 간신히 넘는 짧은 주행거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죠. e-트론, 과연 서울에서 부산도 못 가는 럭셔리 전기 SUV일까요.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를 타고 국도와 고속도로를 약 1시간 가량 주행해봤습니다.

● 독특한 사이드 미러, 독일차 다운 실내 디자인

외관에서부터 눈을 사로잡는 부분, 바로 사이드 미러입니다. 1열 바깥쪽 양옆 사이드 미러 자리에 거울 대신 길쭉한 플라스틱(?)이 달려있는데요. 길이는 약 20cm로 끝에 카메라가 달린 형태입니다. OLED 화면을 도어에 달아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을 띄워주는데요. 덕분에 디지털 느낌을 한껏 담아냈지만, 주차 시 자동으로 접히지 않아 손으로 접어야 하는 점에선 아날로그의 향기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e-트론의 왼쪽 버추얼 사이드 미러. 전방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아래에 있어 다소 불편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아우디 SUV 라인업인 Q시리즈와 유사합니다. 크기는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비슷하지만 높이는 다소 낮았습니다. 공식 높이(전고)가 약 1.6m밖에 되지 않습니다. Q시리즈에 익숙하신 소비자라면 Q5와 Q7 사이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길이(전장)는 경쟁작인 테슬라 모델X와 비슷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EQC보다는 약 30cm 가량 큽니다. 충전 포트는 운전석 도어 앞에 위치해있었는데요. 아우디 전용 충전 포트(DC)와 일반 충전 포트(AC) 두 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e-트론의 센터 콘솔
운전석도 터치스크린 2개와 평평한 대시보드 등 기존 Q시리즈 실내 디자인 형태가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곳곳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들이 채택됐습니다. 기어 변속기는 주행할 때 편하게 잡고 갈만한 손잡이로 변신했고, 독특한 도어 손잡이, 큰 각으로 움푹 들어간 대시보드 디자인 등에선 미래지향적인 디테일이 돋보였습니다.

● 묵직한 주행감…브레이크 밟으며 배터리 충전까지

주행은 아주 점잖고 조용했습니다. 무려 약 2.6톤에 달하는 차체를 전기 모터가 묵직하게 쓱 밀고 간달까요. 물론 테슬라처럼 폭발적인 주행감을 기대한 소비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기어를 D에서 S로 올리자 엑셀이 좀 더 스포티하고 공격적으로 변했는데요. S 모드에서는 주행능력을 끌어올려 주는 부스트 모드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e-트론의 최고 출력은 360 마력(부스트 모드 사용 시 408마력), 최대 토크 57.2kg.m(67.7kg.m), 제로백 6.6초(5.7초)입니다. 힘은 상당히 좋은 편이죠.
e-트론의 2열 도어 디자인
반대로 테슬라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기본으로 장착된 에어 서스펜션은 위아래로 7.6cm를 오르내릴 수 있고 여기에 이중 접합유리까지 탑재돼 정말, 매우 조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타본 전기차 중 가장 조용한 편이었는데요. 도어에도 스웨이드 재질을 적용하는 등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 헤드업 디스플레이, 2열 개별 공조 등의 옵션들은 e-트론만의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구동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능들도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회생제동 시스템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저속으로 주행할 때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발생하는 제동력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줬는데요. e-트론의 제동력 회수율은 약 30%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실제로 주행을 시작할 때 186km였던 주행 가능거리가 15분가량 내리막길 주행 후 210km로 약 20km 가량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트론 회생제동시스템 비교. 출발 당시 186km였던 주행 가능거리가 내리막길 11분 주행 후 210km로 늘어나있다.
또 e-트론은 `스탑 앤 고` 기능이 항상 켜져 있습니다. 전기차는 정차 후 출발할 때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높아서, 찔끔찔끔 가는 것보다 아예 멈췄다 가는 게 효율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멈출 때마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하는 점이 다소 불편했습니다. 이 밖에도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스스로 제동하는 `예측 효율 지원 시스템`이 탑재됐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Q7 정도에만 들어갔던 기술인데요. 앞차와 가까워지자 브레이크가 살짝 작동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앞에 보랴, 옆에 보랴…이리저리 바쁜 눈

운전자의 적응 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기능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e-트론의 시그니처인 버추얼 사이드 미러였는데요. 옆 차선을 보여주는 OLED 화면이 전방을 바라보는 시선 아래에 있어 전방 주시가 힘들었습니다. 옆눈(?)으로나마 전방을 볼 수 있었던 기존 사이드 미러가 안전 상으로도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나마 오른쪽 OLED 화면은 거리가 있어 괜찮은 편이었지만, 왼쪽 OLED 화면은 거리도 가까워 시선을 밑으로 많이 내려야 했습니다. OLED 화면을 창문 위에 올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e-트론 오른쪽 버추얼 사이드 미러. 왼쪽보다 시선을 적게 내려도 돼 비교적 가시성이 있었다.
계기판에 배터리 잔량을 표기하는 그래픽이 없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현재 e-트론의 기본 계기판에는 주행 가능 거리를 숫자로만 제공하고 있는데요. 아우디 측은 이에 대해 "주행 가능 거리가 운전자에게 가시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추측하건대 이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명확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트론 첫 출시 당시 아우디가 내놓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33km, 한국 정부 기준에 따른 복합 1회 충전 가능 거리 307km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회생 제동을 배제하고 측정한 수치라지만 아우디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숫자입니다. 결국 100% 충전된 배터리 잔량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 그래픽을 표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 307km 주행거리 관건…럭셔리 전기차 경쟁 시작

결국 향후 관건도 주행 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테슬라 등 경쟁 차종들의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가 수치상으로 400km를 넘나들기 때문이죠. 1억 원에 가까운 차가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소 위치를 꾸준히 염두에 둬야 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의 가격은 1억 1,700만 원입니다. 국고보조금에 더해 풍문으로 들리는 아우디의 자체 지원금까지 합하면 가격은 9천만 원 대로 내려설 전망입니다. 테슬라가 지배하던 기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메르세데스-벤츠의 EQC를 비롯한 독일 브랜드들이 첫 도전장을 내민 셈입니다. 과연 이 파란색 번호판을 단 아우디 차는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을 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요.
e-트론의 2열 좌석
e-트론의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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