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선두주자 3인방이 일제히 긍정적인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내 백신 개발 가능성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다만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기까지 고위험군 임상 시험 등 남은 과정이 많고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영국, 중국을 대표하는 백신 개발 3개사가 나란히 긍정적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중국 칸시노 등 3개사는 일제히 긍정적 결과를 강조했다.
화이자는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의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피실험자 60명 중 백신 접종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됐으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고도의 T세포 반응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T세포란 일종의 백혈구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했을 때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방식으로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스퍼드대도 같은 날 발표한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됐다고 밝혔으며, 칸시노도 백신 접종군에서 안전하게 항체 면역반응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는 160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20개가량이 인체 실험에 들어갔다.
이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히던 3개사가 일제히 진전된 결과를 발표한 데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부총장인 마리-폴 키니는 "이들 백신이 인체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는 과학이 매우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는 희소식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백신 전문가인 윌리엄 모스 등도 의학 전문지 랜싯에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 중간 결과는 서로 유사하며,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이날 결과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백신을 개발하려는 목표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선두권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이제는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시험 및 최종 승인 단계로 화두가 옮겨갔다는 점에서다.
화이자는 이달 말 최대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전망이며, 칸시노는 최대한 빨리 3단계 임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옥스퍼드대 연구를 주도하는 세라 길버트 교수는 이날 "연내 백신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확실한 상황은 아니라며 후보 물질이 후기 단계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당국이 비상사용을 신속하게 허가해야 성공적으로 백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의 최고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소 1개 업체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임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개발 속도를 진단한 바 있다.
백신 업체들의 시험이 긍정적 결과를 냄에 따라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게 됐다.
미국은 주요 제약사들에 자금을 지원 중인데, 이 중 하나인 옥스퍼드대는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에 최소 3억명 분량의 백신 공급 대가로 12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다른 나라들과도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총 20억명 분량이며 이중 절반은 연내 생산을 목표로 했다.
다만 이들 3개사의 백신이 대량으로 보급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고령층, 당뇨병 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수천 명을 포함한 임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역대 백신 후보 중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단계까지 간 비율은 6%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년에 걸친 테스트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효능을 입증하기 전 임상시험 단축이나 대량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전 WHO 긴급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최근 시험들에서) T세포와 중화항체가 나란히 형성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는 1천485만9천811명이다. 사망자는 61만3천367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확진자 수는 미국(396만1천556명), 브라질(212만1천645명), 인도(115만6천189명), 러시아(77만7천486명), 남아프리카공화국(37만3천628명) 순으로 많았다.
이어 페루(35만7천681명), 멕시코(34만9천396명), 칠레(33만3천29명), 스페인(31만1천916명), 영국(29만5천372명) 순으로 뒤따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