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가 부산 지역에서 폭우 피해가 심각한데도 재난 방송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발생 당시 재난방송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KBS는 이후 TF를 가동하는 등 재난방송 체계를 다듬었지만, 1년여 만에 비슷한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24일 KBS청원게시판에 따르면 청원인 이모씨는 전날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고 "지금 부산에 비가 와서 거의 모든 도로가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 한두 꼭지 하다가 만다"며 "수신료의 가치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약 4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KBS가 부산 폭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KBS는 재난 방송 대응 단계에 따라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재난방송 1단계에 해당하는 `하단 스크롤` 자막 방송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 밤 10시 20분부터는 TV 화면 우측 상단에 각 지역 특보 발효 상황을 전달하는 데이터 자막 방송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망 속보가 전해지기 시작한 24일 오전 0시 30분께 전국적인 특보 체제로 곧바로 전환하지 못하고 음악방송 `올댓뮤직`을 방송했다는 점에선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밤 9시 KBS 1TV `뉴스9` 톱으로 경남 지역 호우특보를 짚어주긴 했지만 한 꼭지에 그쳤고, 두 번째 꼭지인 `내일까지 전국에 장맛비…강원 영동 최고 400mm` 기사는 부산·경남이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기상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가까웠다.
KBS가 재난방송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잇따르고 있다.
KBS는 23일 밤 11시 30분 방송하는 KBS 1TV `뉴스라인`을 통해 약 20분 동안 부산 침수 상황을 전했고, 지역 방송에선 24일 0시 13분께부터 23분까지 10분간 2차 특보를 진행했다. 전국 특보는 24일 오전 1시부터 25분간 전파를 탔다.
다만 부산지역에선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는 최근 20년 중 역대 5번째로 많은 양인데, 이 정도 수준의 재난 방송으로 잘 대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강풍을 동반한 폭우 영향으로 부산에선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동천 범람 등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8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 해운대 고층건물 침수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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