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저소득층 실질 세 부담도 늘어
우리나라 고소득층 가구(이하 1인 가구 기준)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6일 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평균임금의 167%를 버는 고소득자의 조세격차(tax wedge)는 26.02%로 한 해 전보다 0.44%포인트 올랐다.
조세격차란 근로소득세와 고용주·근로자가 낸 사회보장기여금이 세전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일부 국책연구기관은 이를 실질적인 세 부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한다.
OECD는 지난해 한국에서 평균임금의 167% 수준인 1인 가구의 세전 연봉을 10만6천575달러(구매력평가 기준·약 1억2천400만원)로 추정했다. OECD는 평균임금의 1.7배가량을 버는지를 고소득층과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는다.
여기에 소득세, 기업과 근로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등이 26%가량 부과돼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받는 연봉은 7만8천843달러(약 9천200만원)가 된다.
우리나라 고소득자의 세부담 수준 자체는 자료가 집계된 34개국 가운데 31위로 낮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24.26%), 멕시코(23.16%), 칠레(8.33%) 뿐이다.
다만 한국의 상승폭(0.44%포인트)은 슬로베니아와 함께 자료가 집계된 34개국 가운데 1위로 높았다. 슬로베니아는 2013년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41%에서 50%로 대폭 올린 이후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34.18%)은 세 부담이 0.1%포인트, 일본(35.14%)은 0.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독일(51.24%→51.00%), 영국(37.39%→37.06%), 스웨덴(51.58%→50.99%), 벨기에(59.03%→58.65%) 등은 줄어들었다.
중산층 가구나 이보다 못한 저소득층의 실질적인 세 부담도 올랐다.
평균임금의 100%를 버는 중산층 가구의 조세격차는 23.3%로 한해 전보다 0.31%포인트 올랐다. 상승폭은 에스토니아(1.08%포인트), 멕시코(0.39%포인트), 슬로베니아(0.38%포인트), 뉴질랜드(0.34%포인트)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평균임금의 67% 수준인 저소득층 가구의 조세격차는 20.22%로 전년보다 0.37%포인트 올랐다. 터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상승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소득층의 세 부담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부담을 늘려야 한다면 경기가 좋을 때 세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민간소비에서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의 세 부담이 커졌지만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이들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은 이들은 2018년 72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8.9%에 달했다. 면세자 비율은 2017년 41.0%보다 낮아졌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경제규모 성장 등에 근로자의 소득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만큼 향후 2∼3년 후에는 면세자 비율이 30% 초반대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본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