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고가-저가 아파트 간 5분위 배율이 10년 7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져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37로, 1년 전(4.62)보다 0.25 내려갔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1년 사이 5분위 배율이 떨어진 곳은 서울이 전국에서 유일했다.
서울 아파트 1분위(하위 20%)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19.5%(7천28만원) 상승한 4억3천76만원으로, 올해 6월 4억원을 돌파한 뒤 불과 2개월 만에 6.8%(2천747만원) 더 올랐다.
분위(상위 20%) 평균가격은 1년 만에 12.9%(2억1천527만원) 오른 18억8천160만원으로 조사돼 이제 어느덧 20억원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가 아파트값이 12.9% 오른 1년 동안 저가 아파트값은 19.5% 상승한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상위 20% 평균가격이 21.5%(3억3천350만원) 오르는 사이 하위 20% 평균가격은 37.8%(1억1천813만원) 올라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값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불과 1년 전 서울에서 저가 아파트를 한 채 사려 했다가 미룬 사람은 그동안 7천만원을 모아야 같은 집을 살 수 있고, 2년 전 같은 결심을 미룬 사람은 1억2천만원 가까이 자금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서울은 예외로 하고, 전국적으로 고가-저가 아파트 간 5분위 배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달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의 5분위 배율은 7.89로 조사됐다. 2010년 1월(7.91)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아파트 5분위 평균 가격은 8억6천63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4.2%(1억6천857만원) 올랐고, 1분위 평균 가격은 1억983만원으로 1년 전과 같은 수준(0.0%·-4만원)을 유지했다.
저가 아파트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고가 아파트값은 24.2%나 오른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저가 아파트(1분위)값이 5.2%(607만원) 내리는 사이 고가 아파트(5분위)값은 34.1%(2억2천39만원)나 껑충 뛰어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광역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군 인기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의 경우 외곽 지역의 저렴한 아파트도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전문위원은 "최근 20∼30대가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서면서 중저가 아파트를 다수 매입하고 있어 서울에서 저가-고가 아파트값 격차는 더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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