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용적률과 사업성을 위해서는 고층 아파트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동안 우리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상식인데요.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받고도 저층으로 개발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신인규 기자입니다.
<기자>
영국의 그리니치 밀레니엄빌리지는 런던의 오래된 구역을 재개발해 3,600세대의 집을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이 곳의 용적률은 350%, 서울의 용적률 상한 300%보다도 높지만 공동주택 대부분이 8층 이하 저층으로 지어집니다. 건폐율은 60%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국토계획법상 주거지역의 건폐율은 대부분 50%를 넘지 못하는데, 해외에서는 높은 건폐율을 통해 저층 고밀도 개발을 추진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일본 도쿄에서도 저층 재개발이 진행중입니다.
단기간에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개인적·사회적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개발 추세가 바뀐 겁니다.
<인터뷰> 김영욱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똑같은 용적률이라도, 이를테면 같은 땅 면적에 똑같이 1천 세대를 짓더라도 우리나라는 쉽게 말하면 35층 6개 동으로 짓는다면, 해외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지닌 여러 문제점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1천 세대를 가능하면 땅에 붙여서…"
층수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와 조합이 다투다 재건축·재개발이 무산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같은 용적률을 받더라도 가능한 한 높은 층을 지어야 좋다는 믿음이 우리 부동산 시장에 박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뷰> 재건축 추진 아파트 소유주
"35층에서 만약에 10개 동이 나온다고 치면 50층으로 하면 8개, 7개 동으로 동이 줄어든다고 사람들은 이해를 했거든요. 그러면 동간의 간격이 넓어지고, 일조권도 좋아지고…."
정부도 여기에 편승해 최근 공공재건축에는 층수 제한을 풀어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층 아파트가 곧 고급 아파트'라는 상식을 바꾸는 일이 국내 부동산 시장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면밀히 살펴볼 부분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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