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격상하면 올해 성장률 -3% 이하로 추락"

입력 2020-08-31 06:12  

"재난지원금보다 감염확산 막아야"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 가운데 상황이 더 나빠져 사실상 사회·경제적 `봉쇄`에 가까운 3단계로 격상되면 올해 경제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재난지원금 등 별도의 소비 진작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정부의 역량을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 3단계 이행을 피하는 게 `최선의 경제 대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값을 기본, 비관 시나리오에서 각 -1.3%, -2.2%로 제시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발표 시점의 재확산 추세와 `2단계 거리두기`가 9월 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비관 시나리오는 겨울, 즉 연말까지 계속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하지만 비관 시나리오에서조차 `3단계 거리두기`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3단계 시행의 성장률 영향을 묻자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한은)가 성장률 추정에서 가정한 것은 지금 수준(2단계)의 재확산이기 때문에, 3단계 영향에는 답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3단계 거리두기로 올해 남은 기간 소비가 지금보다 더 크게 위축되면 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코로나와 경제 상황은 (한은의) -2.2% 성장률 전망 가정보다 더 안 좋다고 보는 게 맞다. 한은으로서는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추면 금리를 추가로 낮추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3단계로 격상되면 경제 타격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현실이 되면 올해 성장률은 -3%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며 "국내 3단계 거리두기로 소비가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해외 코로나 상황도 쉽게 나아지지 않아 수출의 큰 폭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성장률은 한은의 비관 전망치(-2.2%)보다 더 떨어져 연간 약 -3%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경제연구기관 고위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내부 연구 결과 3단계 거리두기가 성장률을 최소 0.5%포인트 더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3단계를 가정하지 않은 한은의 성장률 최저 전망값 -2.2%를 기준으로 보자면, 3단계 시행으로 -2.7% 이하까지 성장률이 뒷걸음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5일 KB증권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예상되는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에서 3단계가 2주간, 한 달 시행되면 연간 성장률이 각 최소 0.2%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3단계가 전국 단위로 한 달 시행되면 연간 성장률 하락 폭은 0.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KB증권의 이 시나리오를 한은의 -2.2% 성장률 전망에 적용하면, 전국적 3단계 거리두기가 1개월만 지속해도 성장률이 -3%까지 추락하는 셈이다.

한은의 연간 -1.3%, -2.2% 성장률은 올해 남은 3분기와 4분기 각 분기 평균 1% 중반, 0% 부근 성장(직전분기대비)을 가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만약 각 분기 성장률이 1.5%일 경우 연간 성장률은 -1.23% 정도가 된다.

3·4분기 성장률이 각 0%에 머물면, 올해 성장률은 -2.35%로 떨어진다.

문제는 거리두기가 3단계까지 강화되면, 하반기 두 분기의 성장률이 평균 0%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마도 한은은 (연 성장률 -2.2% 예상에서) 3분기 성장률(직전분기대비)이 0% 안팎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 것 같은데, 2차 유행으로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이뤄지면 3분기 성장률이 2분기(-3.3%) 정도는 아니더라도 1분기(-1.3%)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3분기와 4분기 각 성장률이 -1%에 그칠 경우, 한은의 성장률 추정 방식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3.1% 수준까지 내려간다.

3·4분기 성장률이 각 -1%라도 2분기의 -3.3%보다 높기 때문에 `GDP 절대수준`이 아닌 `직전분기대비 성장률` 기준으로는 경기 반등에 성공한 것이지만, 회복세가 조금만 약하더라도 연 -3%대 성장률은 현실이 된다는 얘기다.


3단계 거리두기 같은 강력한 `경제활동 제한`에 따른 경제 여파는 이미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27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31.7%(전기대비·연율)까지 추락했다. 연율이 아닌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의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8%가량이 된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9.5% 수준이다.

이런 2분기 성장률 하락 폭은 미국 정부가 194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8.4%)의 4배에 이른다.

모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택대비 명령과 상점·기업 문을 닫는 경제·사회적 봉쇄(셧다운) 조치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독일의 경제조차 봉쇄 조치의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독일의 2분기 GDP는 1분기보다 9.7% 감소해 197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독일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국경을 폐쇄하고 공공생활을 통제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경제 감소의 대부분은 소비 위축에 따른 것"이라며 "2분기 미국 GDP가 작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는 것은, 경제·사회적 봉쇄로 민간소비가 그 정도 비율로 줄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유럽 국가들이 앞서 겪었듯이 한국도 3단계 거리두기에 들어가면 소비가 무너질 것이고, 소비가 급감하면 당연히 투자 회복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성 교수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진작책이 시급한 게 아니라, 정부가 모든 보건 역량을 집중해 2단계 거리두기 단계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 경제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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