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메모리는 물론 5G 모바일·모바일AP 등 시스템 반도체까지 공급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화웨이 제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즉시 화웨이에 대한 추가 물량 생산을 중단했다. 다만 지난달 17일 이전에 생산됐거나 생산 중인 반도체에 한해 오는 14일까지만 화웨이에 공급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한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장비를 쓴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만 TSMC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월 이후 화웨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미국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 21개국 화웨이 계열사 38곳에 미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장비에 이어 소프트웨어와 특허 등 미국 기술을 쓴 반도체 납품을 막은 것이다. 미국 기술을 전혀 쓰지 않는 반도체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의 제재 의지를 볼때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죽이기`를 선언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승인 요청 자체를 보내기 꺼려하는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 우리돈 약 27조 7,000억원으로 애플(361억 달러), 삼성전자(334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하게 됐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애플·도이치텔레콤·테크트로닉스·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 꼽혔다. 이들 5개 업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을 약 3%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1.4%로 지난해 매출액 26조9,900억원 기준으로는 3조원에 달한다.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가 중단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메모리 가격 전망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이후 반도체 재고를 쌓아왔다. 현재 화웨이는 2년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상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이 화웨이의 선 구매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가격은 올해 최고치인 6월말보다 5.44% 내린 3.13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며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대체 거래선을 찾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업체들이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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