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 적용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14일부터 `2단계`로 낮춰 시행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당초의 목표인 `100명 미만`으로 내려오지 않는 등 위험 요소가 여전하지만,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3일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영업자의 희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간의 고강도 거리두기가 효과를 거두면서 코로나19 유행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적 피로도와 함께 그간 확인된 방역 조치의 효과 등을 감안했다. 뼈아픈 고통을 감내한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아직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줄지 않고, 네 명 중 한 명꼴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지만, 방역강화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대본 1차장도 브리핑에서 "현재 상황의 거리두기에서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을 가장 염두에 뒀다"면서 "상황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일부 서민층에 대해 지나치게 큰 희생을 강조하는 것은 거리두기의 효율성과 수용성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때 하루 300명을 넘었던 수도권 확진자 발생이 110∼180명대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주 80∼110명대로 감소하고, 이날은 60명으로 떨어진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으로 거리두기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4일 100명을 넘어선 뒤 이날까지 31일 연속 세자릿수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해외유입을 제외한 순수 지역발생 확진자만 보더라도 지난달 15일 처음으로 세 자릿수가 된 이후 전날까지도 100명 이상이었고, 이날도 99명을 기록해 겨우 두 자릿수가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날에도 "지난 2∼3월 대구·경북의 유행과 비교해 이번 수도권 유행은 초기부터 더 심각했고, 이후 더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됐다"면서 상황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대본은 8월 하순 한때 400명대로 급등했던 확산세는 일단 꺾였지만,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교통량 등을 볼 때 타지역으로의 전파가 용이하며,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율도 훨씬 높아 위험도 자체가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은 최근 2주간 23.9%(2천477명중 593명)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조차 모르는 셈이다.
중대본도 이날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비율도 20%대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잠복한 감염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위중·중증환자(13일 0시 기준 157명)가 늘어나면서 사망자(누적 358명)도 증가하고 있는 점도 방역당국으로서는 부담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2.5단계로 급한 불은 껐지만 단계를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2단계 참여율이 떨어지거나 국민들이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접촉 횟수와 강도가 높아져 재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도 거리두기 하향 조정을 택한 만큼 정부는 앞으로 확산세를 확실하게 꺾기 위한 총력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영업제한과 운영중단 조치를 푼 음식점, 카페, 학원, 실내체육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 테이블 간 2m(최소 1m) 간격 유지 등 핵심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해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추석 연휴 방역 대책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는 추석 전까지 확산세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잡고, 추석 진전인 이달 28일부터는 전국에 2단계보다 높은 수준의 방역 조치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추석 연휴와 개천절 집회 때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은데, 이 기간에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위중·중증환자와 사망률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중환자 수용 역량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근길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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