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국회를 통과하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노동법학회 주관, 노동부 후원으로 열린 토론회 축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다양한 대안들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 금년 중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87호, 98호, 강제 노동 금지에 관한 29호 등 3개의 비준안과 이를 반영한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관련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국제 기준에 맞춰 노동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 장관은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협약은 ILO에 가입한 187개 국가 중 154개 국가가 비준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 규범"이라며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선도해야 할 우리나라가 기본적 국제 규범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경제·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하다"며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협약 비준을 통한 통상 리스크 해소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속 미뤄온 게 한-EU FTA 협정 위반이라며 2018년 말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 열릴 전문가 패널에서 한국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한국은 FTA 노동권 조항을 위반한 첫 사례가 된다.
이 장관은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기업이 전부 지급하게 된다`, `해고자들의 무분별한 노조 활동이 허용된다` 등의 지적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 왜곡을 경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해외 국가들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노조법 개정안의 관련 내용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데 대해서는 "국제 기준 등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임금의 경우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근로 조건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해 현행과 같이 2년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에 대해서도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되 특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필요 조문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문을 변용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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