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화재' 초등생 형제 엄마, 장애 있는 큰아들 폭행

입력 2020-09-17 14:23   수정 2020-09-17 15:05

전신 40% 3도 화상에 형 위중한 상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 가운데 장애가 있는 큰아들이 과거 엄마로부터 방치뿐 아니라 폭행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과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 A(30)씨는 큰아들 B(9)군을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교 4학년인 B군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으며 A씨는 큰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ADHD는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며 행동이 지나치게 활발하고 충동 조절과 행동 통제가 안 되는 장애로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A씨는 자녀 방치와 수차례 폭행으로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와 신체적 학대 혐의를 적용 받았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지난달 18일 아동보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보호 사건은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해 법원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24일 A씨에게 상담 처분을 해 달라며 인천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을 청구했고, 사흘 뒤 법원은 "A씨의 상담을 앞으로 6개월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탁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올해 5월 29일 아동보호전문기관도 "B군과 그의 동생 C(8)군을 엄마와 분리해 아동보호 시설에 위탁하게 해 달라"며 피해 아동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리 조치 대신 B군 형제가 1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아이들과 어머니의 분리를 요청한 청구는 기각한 게 아니다"라며 "분리 조치보다는 아이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적절한 다른 처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B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외출한 엄마가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했다.

A씨와 B군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군 형제는 현재 서울 한 병원 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B군은 위중한 상태이며 동생 C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엄마 없는 집에서 라면 끓이던 초등생 형제 화재로 중상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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