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업계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는 등 택배 기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노조 조합원이 많은 터미널에만 면피용으로 분류 인력을 투입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의 자체 조사 결과 택배사들이 추가 투입한 인력은 당초 약속의 10%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17일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으로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기사 4천여명이 분류작업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택배 업계와 협의를 거쳐 추석 성수기 택배 분류 인력 등을 하루 평균 1만여명 추가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대책을 내놨고 대책위는 하루 만에 작업 거부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선물 배송 등에 차질을 빚는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책위는 "한술 더 떠 택배사는 오는 27일 일요일까지 출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택배 노동자에게 통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분류작업 인력을 약속대로 충원하고 일요일 근무 방침을 철회하라며 "하루빨리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날 "이달 21일부터 택배업계의 인원 및 차량 추가 투입 현황을 일별로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이달 22일 오후 2시 현재 당초 목표량의 90% 이상의 인원과 차량이 추가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인력 투입을 위한 업계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명절 기간 택배 운송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CJ대한통운 택배 서브 터미널을 방문한 자리에서 "늘어난 물량으로 인한 택배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 등 다양한 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터미널 내부를 직접 둘러보고 택배 기사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전국 각지의 택배 물품은 허브 터미널에 모인 뒤 지역별 서브 터미널로 보내져 분류작업 등을 거쳐 고객에게 배송된다.
이 장관은 일부 택배 기사들에게 일요일에도 분류작업 등을 시키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택배사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현장을 지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일요일에 택배기사는 배송하지 않는다"며 "택배 기사에게 일요일 배송작업 등을 강요하는 집배점이 있을 경우 별도로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