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계열사 부정적인 영향 우려
수소전기차 회사 니콜라는 사기 업체라고 주장해 창업자 트레버 밀턴의 사임을 불러온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설립자 네이선 앤더슨(36)이 자신의 개인사까지 털어놓으면서 추가 의혹 제기를 시사했다.
미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더슨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23일(현지시간) 기사화했다.
이에 따르면 앤더슨은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니콜라에 대해 더 많은 나쁜 뉴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니콜라를 도운 대기업과 이사 등의 합당한 주의(due diligence)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아직 변변한 시제품 트럭조차 없는 니콜라의 주식에 개인들이 대거 투자한 이유에는 니콜라가 유명 대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니콜라와 전략적인 협력이나 투자 등 관계를 맺은 대기업에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 독일 보쉬뿐만 아니라 한국의 한화그룹 계열사도 포함돼있어 주목된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11월 1억 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샀다. 이들 회사는 비상장 기업이지만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6.05%를 상장사인 한화솔루션이, 한화솔루션의 지분 37.25%를 한화가 각각 갖고 있어 국내 증시에도 니콜라 논란은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업체 출신들은 니콜라의 이사회에도 등재돼있다.
니콜라 이사회 명단에는 GM 부회장 출신으로 밀턴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은 스티븐 거스키와 보쉬, 차량 장비 업체 CNH인더스트리얼 등 협력사 인사들, 그리고 한화 출신으로 2019년 5월부터 이사가 된 소피아 진(영어 이름)도 포함돼있다.
앤더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니콜라에 대한 공매도(주가 하락 시 이익을 보는 투자 방식)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큰 승리"라면서 "현재도 공매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기사 취재에 응하면서 밝힌 이력을 보면 앤더슨은 코네티컷 대학을 졸업한 뒤 금융 정보 업체인 팩트셋을 거쳐 부유층 가문의 투자를 돕는 투자회사 등에서 일했다.
그는 이를 통해 투자회사의 문제점 등을 알게 된 뒤 2014년 무렵부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투자회사의 비위 등을 조사해 정부 포상금을 챙기는 일을 하다가 2017년에 힌덴버그를 설립했다.
당시 그는 임신한 약혼녀와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퇴거 통지를 받고 각종 청구서도 낼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지경이었다고 한다. "무일푼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니콜라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올해 6월 즈음까지 니콜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가 니콜라의 전 사업 파트너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앤더슨은 이달 10일 이번 니콜라 건에 대한 67쪽의 보고서를 내기 전에도 여러 문제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면서 수많은 송사에도 얽혀있다. 그러던 중 대마초 회사 관련 공매도로 수익을 냈고 현재 힌덴버그에는 5명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문제 제기 이후 니콜라 주가는 그야말로 추락 행진 중이다.
23일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 주식은 전일보다 25.82% 내린 주당 21.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니콜라가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몇몇 잠재적 협력사들과 벌여오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가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보고서를 내기 하루 전 주가(42.37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니콜라는 상장 초에는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80달러에 육박했으며 한때는 시가총액이 포드 자동차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문제는 `서학개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열기가 확산하면서 니콜라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는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22일 현재도 1억2천692만달러(약 1천500억원)에 달한다. 지난 8일에는 2억달러도 넘었다.
니콜라 트럭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