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정치권 논란 지속

신동호 기자

입력 2020-10-20 16:14   수정 2020-10-20 16:14

감사원은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해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을 냈지만, 조기폐쇄의 타당성에 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감사결과 자료를 배포하고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는 산업부가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였고, 한수원은 회계법인의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하도록 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했다.
다만 한수원 이사들이 조기폐쇄를 의결한 것이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감사원은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감사원은 "이사회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결과를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원전 판매단가와 관련해 "한수원과 산업부는 회계법인에 향후 4.4년간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도(20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다.
이를 사용할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며 "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해 계속가동 시의 전기판매 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또 비용과 관련해서도 "회계법인에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의 감소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었는데, 관련 지침이나 고리1호기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의 추정이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는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224억 원으로 분석되는 등 월성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 감사원 "산업부 장관 부당 개입"

역대 최장 감사 기록, 역대 최장 감사 보고서 심사 기록을 쓴 월성 1호기 감사가 최종 결론을 맞게 됐다.
이번 감사원 발표는 지난해 9월 30일 국회가 감사원에 월성 1호기 감사를 의뢰한 후 약 1년여 만에 나왔다. 역대 최장 감사 기록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 후 이를 지난 7일부터 엿새간(7, 8, 12, 13, 16, 19일) 심의했는데, 이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4월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 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해, 산업부 직원들이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고,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내버려두었다며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비위행위라고 봤다.
감사원은 이러한 백 전 장관에 대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퇴직 상태인 만큼 인사혁신처에 백 전 장관의 비위 내용을 통보해 향후 재취업이나 포상, 공직후보자 관리 등에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월성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엄중 주의를 촉구하도록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아울러 감사 과정에서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하도록 요구했다.

■ 탈원전 움직임 강력제동…정치권 논란 계속

종합적 평가를 통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취지의 감사원 입장과 달리, 이번 발표에 따라 당장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친원전 세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가장 큰 이유가 경제성 부족이었던 만큼, 이번 감사원 결과에 따라 조기폐쇄의 정당성이 위협을 받게 됐다는 기존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부정한 입김 작용`은 더 큰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감사 결과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 1호기 운영변경 허가 처분 취소 판결 결과와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원안위의 처분을 취소하는 배경으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재판부는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월성 1호기 운영 중단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안전성에 손을 든 재판부 입장은 당시 시민사회에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 경고를 내린 판결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이날 감사원은 안전성 평가를 감사 범위 바깥으로 제한하고 오직 경제성 평가 과정에만 집중했다.
부문별로 보면 사법부와 감사원이 각각 다른 부분에 비중을 둔 결정을 내렸으나, 결국 종합적으로 감사원의 결론은 원전 유지에 방점을 찍어 탈원전 움직임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결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감사원 발표를 두고 탈핵단체나 탈탄소단체 등을 중심으로도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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