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대주주 3억원` 기준을 고수하며 정부가 내놓은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학개미 운동이 반영되지 않은 자료를 기초로 한 분석인데다 연말까지 두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국감에서 "지난해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췄다"면서 "작년 사례에 준한다면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지 않으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주주 요건 변경이 연말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대상자는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근거는 작년 말(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한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다.
이에 따르면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 중인 주주 수는 8만861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41조5천833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의 변화가 있던 2017년 말(25억원→15억원)과 2019년 말(15억원→10억원)보다 보유 규모가 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거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 주변에서 제기된다.
"대상자는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통계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동학개미 운동을 계기로 투자자 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달라진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과 괴리가 클 수도 있다는 우려다.
매도 조짐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총 1조2천7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코스피 매수 우위였던 개인들이 10월 들어 매도 우위로 전환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장을 이끈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팔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주주 요건 강화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충분히 있다"며 "현재로서는 규정이 당장 바뀔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10월부터는 이와 관련된 개인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년부터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로써 올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 부동산은 뒤집고, 증시는 고수...오락가락 `정책일관성`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예정대로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을 놓고, 정부가 `정책일관성`을 입맛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대사업자 관련 규제 등 부동산 대책에서는 스스로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경우가 많았는데, 증시 관련해서는 `정책일관성`이라는 이유로 기존안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임대사업자 제도다.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에서 보유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 등을 제시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지만, 곧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이 커 집값 상승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1년만에 세제 혜택을 축소한 바 있다.
정책일관성이 훼손돼 정책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랬던 정부가 증시 충격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과 관련해선 예정대로 기준선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2년 전에 시행령에다 3억원으로 이미 예고돼서 온 것을 다시 바꾸는 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대주주 기준선에 대해서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 공은 결국 국회로...연말 증시 상황 변수
대주주 3억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공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로선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예정대로 내리는 정부안이 유효하다.
주식 양도세 강화안은 기본적으로는 정부 입장이 중요한데, 현행 소득세법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되는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을 정부가 관할하는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안 시행 시점이 연말이기 때문에 결정 시한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여당과 협의 과정에서 추가 수정안을 낼 가능성,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정부안을 바꿀 가능성 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론 여당이 당정 협의 등 절차를 통해 정부를 좀 더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 세부규정을 시행령에 그대로 두되 정부가 좀 더 완화된 수정안을 내도록 설득하는 방식이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 입법안으로 주식 양도세 강화안이 국회에서 논의하기에 앞서 정부가 좀 더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도록 최대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말에 시장에 나올 매물이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정도로 많다면 그때 가서 추가 절충안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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