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이재용 시대 개막…'고비고비 첩첩산중'

김민수 기자

입력 2020-10-26 18:00   수정 2020-10-26 18:01

    <앵커-1>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로 그동안 삼성을 이끌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도 활짝 열렸습니다. 동시에 삼성이 앞으로 완벽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풀어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산업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고 이건희 회장이 가진 주식의 상속이 당장은 가장 큰 이슈가 되겠죠?
    <기자-1>
    아직 유언장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 재산 가운데 가장 덩어리가 큰 것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인데,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중요한 축인 두 회사 지분 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기 위해서 대부분 이 부회장에게 상속할 것이란 관측이죠. 삼성은 유언장 내용 공개에 아직은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앵커-2>
    결국 엄청난 상속세가 걸림돌이 되겠죠?
    <기자-2>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약 18조2천억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10조 6천억 원가량이 상속세입니다.
    일단 5년에 걸쳐 납부하는 분할 납부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6분의 1을 먼저 내고, 나머지는 연 이자 1.8%를 부담하면서 5년에 걸쳐 나눠 납부하는 건데요. 그래도 매년 내야 할 돈은 1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가지고 있는 주식 배당을 높이거나 주식 담보대출 받거나, 주식 일부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 일부를 공익법인에 내놓아서 상속세를 면제받는 방법도 있는데, 이 부회장이 2015년 이런 우회 상속은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세기의 상속이라고 불리는 이번 상속 과정은 대주주 할증까지 붙어 65%에 달하는 과도한 상속세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를 놓고 우리 사회가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3>
    이 회장이 물려주는 주식이 핵심 계열사 지분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 속도도 빨라지고 외부의 압박도 거세지겠군요.
    <기자-3>
    사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4년 이후 꾸준히 지배구조 개편을 해왔습니다.
    이 회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으로 안정적인 승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가장 큰 분기점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입니다.
    이를 통해 제일모직 지분만 많았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게 되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4>
    하지만 지금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이라는 변수가 있지 않나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하는 상황이 될텐데요.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4>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국회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총자산 3%가 넘는 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팔아야 한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총 자산의 약 11%에 이릅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4.18%를 모두 받는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앵커-5>
    시장에서는 어떤 해법들이 예상되고 있나요?
    <기자-5>
    다양한 해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지배적인 관측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파는 방법입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구도로 갈 것이라는 건데요.
    삼성물산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삼성전자에서 받은 돈으로 삼성생명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금융사업을 포함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이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이익률이 높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민원이 많은 기업들이 우선순위에 둘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일부 계열사를 분리 경영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앵커-6>
    지배구조 개편도 문제지만 당장 이재용 부회장은 두 개의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는 사법리스크에 놓여 있습니다. 이 부분도 짚어주시죠?
    <기자-6>
    사실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세는 `사법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준비기일을 마친 경영권 승계 재판은 내년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오늘 오후 8개월 만에 속개된 파기환송심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정도로 속도가 빠르게 진행 중인데, 이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게 된다면 삼성그룹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미중 분쟁을 비롯한 복합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삼성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이건희 회장 타계를 계기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총수의 역할과 중요성이 다시 조명된 건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총수의 `경영공백`이라는 것이 단지 현재 실적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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