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 선언이 일본 내 원자력 발전 증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27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온실가스 실질 제로의 실현을 이유로 전면에 내세울 것 같은 것이 원전 추진"이라며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정부가 표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던 신증설로의 움직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스가 총리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한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대형 전력회사의 간부들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고 한다.
그는 전날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2050년까지 일본을 온실가스 실질 배출이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최대한 도입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정책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간부는 도쿄신문에 "에너지절약, 재생에너지, 원전 3가지를 강조했다"며 "드디어 원자력 발전의 신증설을 시야에 넣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원전을 `탈(脫)탄소화의 선택사항`이라고 표현하는 데 그쳤다. 원전 재가동과 소형 원자로 등 신기술 개발을 지원했지만, 새 원전 증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악몽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에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탈탄소화를 할 수 없다"며 새 원전 증설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2018년 기준 6%에 불과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17%보다 비중이 훨씬 낮다.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은 77%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에너지 기본 계획을 보면 2030년 기준 원전 비중은 재가동 등 영향으로 20~22%로 늘어난다. 신재생 에너지는 22∼24%, 화력은 56%다.
스가 내각은 온실가스 순배출이 제로가 되는 2050년의 전력생산 구성 비율을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화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방향이나, 원자력 발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는 "정부와 자민당 내에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개축이나 신증설, 어느 쪽이든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확증이 없다"며 스가 정권의 딜레마를 전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