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를 계기로 징벌적인 상속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을 승계하는 경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과도한 상속세율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금기에 가까웠던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징벌적인 대주주 할증…OECD 1위 상속세율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평균(2017년 기준 25.3%)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특히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물려받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세금을 할증하는 제도도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지분율에 따라 상속자산 가치를 10~30% 높게 반영해 계산하는데, 이렇게 되면 상속세율은 최대 65%까지 높아진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우리기업과 경쟁하는 주요 국가들은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 획일적으로 할증하는 상속제도가 없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이라며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살아서는 소득세, 죽어서는 상속세"
`살아서는 소득세, 죽어서는 상속세 걱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금이 이중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소득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최대주주할증을 적용해 102%로, OECD 회원국 중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10억원 초과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현행 42%)로 인상돼 소득세율 순위도 7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 故 이건희 회장 상속세 독일 가면 절반 수준
한국경제연구원이 18조 2천억원 어치의 상장주식을 상속하게 되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를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이 58.2%로 가장 높고, 일본(55.0%), 미국(39.9%), 독일(30.0%), 영국(20.0%) 순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는 상속세 실효세율이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했다.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하여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을 받을 때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 文정부 금기어 `상속세 개편` 언급한 홍남기
이런 상황에서 나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상속세 관련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10조원이 넘는 삼성가(家)의 상속세에 대해 "(상속세율 관련해)검토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강화를 공약으로 건 문재인 정부인 만큼, 상속세제 개편 발언은 사실상 금기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으로 일종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는 곳은 사실상 모든 대기업이다. 이번 기회에 기업 승계에 한해서라도 상속세 개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