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대란 이유와 해법 제시
"저금리+부동산정책+입주물량 감소 탓"
"3기 신도시 입주시 매매·전세 안정…똘똘한 한채 수요는 여전"
《역대급 전세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렵다. 전세 대란의 이유와 해결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저금리, 부동산 정책, 입주 물량 감소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집값과 전셋값은 안정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강남4구와 마·용·성 같은 `똘똘한 한 채`의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Q. 전세 시장이 요란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1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고 본다. 2001년과 2011년에 많이 올랐는데, 지금은 이때를 뛰어넘는 역사적 상승이다. 서울은 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Q. 10년 주기로 전셋값이 올랐다. 어떤 일이 있었나?
"결국은 입주 물량이다. 공급이 줄었을 때 전셋값 폭등이 나타났다. 전세는 실수요 시장이다. 투기 세력이 없다. 전셋값 오른다고 전셋집을 여러 채 얻는 사람이 있나? 많이 오른다고 해서 거품이 아니라는 거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임대료가 결정된다. 전셋값 상승은 공급 부족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Q. 월세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건가.
"저금리 때문이다. 금리는 전세↔월세 전환율에 영향을 준다. 집주인은 경제적 본능을 발휘하는 거다. 목돈을 은행에 넣어도 이자가 얼마 안 된다.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 앞서 말한 공급 물량과 함께 저금리도 전세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집값 문제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다. 집값이 오른 걸 오로지 투기 수요, 다주택자 때문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전세 시장과 매매시장에 작용하는 여러 변수를 봐야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수요·공급이 1번, 부동산 정책이 2번,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가 3번이라고 본다."Q. 그렇다면 전세 대란의 단기적 해결책은 없는 건가.
"수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이 없다. 전세 수요는 일정하다. 인구수와 가구 수가 일정하다. 또, 집은 필수 재화다. 전세 수요는 작년이나 올해나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가격은 공급이 결정한다.
공급. 그러니까 `전세 물량`에서 두 가지를 짚고 싶다. 먼저, 지금 전세 시장은 `유통 물량`이 줄었다. 집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매물이 갑자기 끊긴 거다. 이는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매물의 은밀성을 자극했다.
다음은 `신규입주 예정 물량`이다. 입주 예정 물량이 늘어서 매물이 많아질 것 같다면 사람들은 지금 집 안 산다. 제발 사달라고 해도 안 산다. MZ 세대가 지금 집을 왜 사겠나. 알고 있는 거다. 서울은 매년 4.5만 가구가 늘어나야 시장이 안정되는데 2021년엔 신규 입주 물량이 2.5만 가구까지 줄어든다. 2022년은 더 줄어든다. 수요자로서는 입주 물량이 줄어드니까 지금 집 사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그런 분위기가 시장에 퍼지다 보니 가격도 오르고 전세도 오르는 부작용이 생긴다."
Q. `정책적 문제`도 전세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임대차 3법을 뜻하는 건가.
"맞다. 규제 정책은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됐을 때 긍정적 효과가 나온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정책이 나오면 부정적 효과가 크다. 부정적 효과 중 하나는 `매물 감소`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세 물량이 줄어든다. 이런 것이 은밀성이다. 암거래가 활성화되는 거다. 정상적인 시장에다가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암암리에 거래했을 때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도 불법적, 이중화될 가능성이 있다. 공급 없는 규제 정책은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을 부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제도가 자리잡았을 때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Q. 전세 매물이 사라진다고 했다. 매물이 어떻게, 어디로 사라지는 건가.
"아파트가 땅으로 꺼지고, 하늘로 솟지 않는다. 재고 물량(집)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에 풀리는 유통 물량이 사라진다. 이번에 임대차 3법으로 4년 거주할 수 있게 됐고, 임대료 상승률 상한선도 생겼다. 집주인으로서는 `한 번에 많이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도가 익숙해질 때까진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거다.
두 번째는 암거래다. 개인이 잘 아는 영역에서 세입자를 구하는 방법이다. 임대차 3법의 경우, 제도를 악용해서 퇴거를 거부하고 위로금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지 않나. 집주인으로서는 이런 게 부담되다 보니 직장, 지인, 가족·친지 등 믿을 만한 세입자를 구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붙여 놨다. `우리 단지에 지금 사는 사람 중에서 들어오시려는 분들 연락 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얼굴 보고 알던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다. 또한 집주인이 요구하는 이중 계약(불법·허위 계약)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편법, 이중거래,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매물이 사라진다. 중개업소에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Q. 정부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 중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전세 대책으로 예고했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 처방은 아니다. 정부 재정에 부담이 가는 만큼,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장기대책은 아니다.
결국은 공급대책인데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께서 언급한 중형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단기 대책은 아니다. 토지를 마련해서 공사하고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최소 3~4년 걸린다.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걸(중형 공공 임대 확대) 내놓는 것은 아무 대책도 내지 않는 것보다는 좋지만, 단기적 해법은 아니다. 외국은 공공임대주택이 총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 정도다. 우리는 7.1%다. 공공 임대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정권을 잡던지 꾸준히 해야 한다. 이 부분은 현 정부가 잘못됐다기보다는 누적적으로 잘못돼온 거다."
Q.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 중 하나가 3기 신도시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전세 시장은 안정될까.
"안정된다. 과거 1·2기 신도시가 나왔을 때 전셋값은 안정됐다. 또, 10년 전에 반포자이, 반포래미안, 잠실엘스, 잠실리센츠 등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이 나왔다. 잠실만 해도 2만 가구 가까이 들어섰다. 이때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그랬다. 결국 물량 앞에 장사 없고, 공급이 확실한 해법이다.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2025년부터 수도권에 30만 가구가 들어서면 전셋값과 집값은 잡힌다. 다만 `똘똘한 한 채`가 문제다. 다주택을 규제하니까 똘똘한 한 채의 인기는 계속될 거다. 살기도 좋고, 사기도 좋은. 주거 가치도 높고 투자 효과도 있는. 강남4구·마·용·성, 고가 대형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은 지속할 거다. 3기 신도시가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공급 부족 현상은 해결할 수 있다. 중산층과 젊은 층의 수요는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강남권이나 마·용·성의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대체하기는 한계가 있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해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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