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개미, '韓 조정·中 상승' 베팅

방서후 기자

입력 2020-11-09 16:13  

곱버스·中 ETF 순매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선언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개미들은 차익 실현에 한창이다.
과거와 달리 지수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스마트한 개미로 진화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급등한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선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9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장장 10개월 연속 사들이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보인 것은 물론, 코스피 지수가 장중 연고점을 돌파한 9일에도 6,77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KODEX 레버리지` ETF를 4천억원 이상 내다판 반면, `곱버스`라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4,200억원, `KODEX 인버스` ETF는 525억원 어치를 사들이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통상 개인의 매도세는 연말이 다가올 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비록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으로 유지되긴 했지만 올해는 개인이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막대했던 만큼 시장에 풀리는 물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여기에 지수가 저점 대비 150포인트 이상 급반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고, 미국 조지아주가 내년 1월 상원 선거를 다시 치르기로 하면서 `블루웨이브` 실현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 지금이 주식을 팔기 적당한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루웨이브는 백악관부터 의회까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는 것으로, 법인세 인상과 빅테크 규제 등 반시장적 정책이 예상돼 시장엔 악재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조지아주의 상원 결선투표로 블루웨이브가 뒤늦게 실현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며 "지수의 큰 방향성은 변하지 않겠지만 차분하게 펀더멘털을 관찰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에 발을 담궜던 `서학 개미`들의 바구니도 모습을 달리하는 중이다. 그동안 주가가 폭등한 테슬라와 미국 빅테크 종목 대신 제2의 테슬라, 중화권 종목으로 갈아타고 있다.
이달 들어 서학 개미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 주식을 5,645만 달러 어치 순매수했다. 테슬라에 이어 순매수 규모로는 2위다.
지난 2018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니오는 연초 대비 827% 이상 주가가 치솟으며 지난 5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530억 달러를 기록, 설립 7년만에 100년 전통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520억 달러)을 제쳤다.
이밖에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에 투자하는 ETF와 알리바바 주식도 사들였으며, 중국 본토 기업인 `비야디(BYD)`도 담았다. 비야디 역시 중국 전기차 제조사다.
친환경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전기차 산업의 수혜가 예상될 뿐 아니라, 높은 경제 성장률, 미중 갈등 완화로 인한 위안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영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총력을 가한 부양책 효과로 중국의 실물지표는 대부분 회복됐다"며 "전기차의 경우 정책 수혜로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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