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경영진 지위 보전 대책 의심"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사실이 밝혀지며, 국내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이후 32년 동안 유지된 국내 항공사 `2톱` 체제가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로 전환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와 노조 반발 등으로 인수 절차 마무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3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와 정부에서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산경장)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16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 뒤 다음주 초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산업은행과 논의하는 등 인수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번에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가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인데, 합치면 10위가 된다. 국제 화물 수송량 순위에서는 대한항공(5위)과 아시아나항공(23위)을 합치면 캐세이 퍼시픽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할 수 있다.
보유 항공기로만 따져도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64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79대로 둘을 합치면 249대가 된다. 에어프랑스(220여대), 루프트한자(280여대) 등이 세계 10위권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매출도 대한항공(12조6천834억원)과 아시아나항공(6조9천억원)을 합치면 약 20조원이 된다.
아울러 정비나 조종사 교육 등을 일원화하면서 비용이 줄어들고, 중복 노선 간소화를 통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항공업계 상황과 내부 직원들의 반대는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작년 대비 9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빅딜`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올해 2분기 2천291%에 달하고 부채 규모가 12조원이 넘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인수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예정인 대한항공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난에 책임이 있는 금호산업의 지분(구주)을 사들이기보다 신주를 발행한 뒤 한진칼이 신주를 매입하는 방안도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양사 6개 노조는 다음 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사 6개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KCGI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설에 대해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진칼 지분의 45.23%를 보유한 KCGI-조현아 연합 등은 산업은행이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서면 조원태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남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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