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산다는데"…항공 빅딜에 떠는 사람들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0-11-17 17:37   수정 2020-11-17 17:37

    대한항공-아시아나 중복인력 1,000명
    산은 "통합 후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마일리지, 같은 가치로 인정 안될 것"
    # 나 지금 떨고 있니?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오늘도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바로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는

    `나 지금 떨고 있니`로 잡았습니다.

    <앵커>

    요즘 날씨가 춥죠.

    누가 떨고 있는 겁니까?

    <기자>

    정부와 KDB산업은행이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공식화 했죠.

    보유자산만 40조원에 이르는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건데,

    국민 혈세를 투입해가면서 정부가 내건 것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혁신의 청사진 뒤에는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앵커>

    두 항공사가 합쳐지면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기자>

    네, 일단 내년 4월부터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4일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이후에,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을 결정한 건데요.

    조건으로 근로자 수의 90% 이상의 고용을 기금 지원 개시일로부터 6개월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앵커>

    기금에서 정한 고용 유지 시한인 내년 4월에는 문제가 커질 수 있겠군요.

    <기자>

    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직원 수는 각각 1만 8,000여명, 9,000여 명 수준입니다.

    산업은행은 양사 중복인력을 800~1,000명 정도로 추산하는데요.

    시장에서는 내년 3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시작되면 노선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 14개, 유럽 15개 등 29개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5개, 유럽 6개 등 11개 노선을 운영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은 1~2곳을 제외하고 대한항공과 모두 겹치는데요.

    벌써부터 채권단에서는 `알짜` 미주와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정리 및 통폐합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잘 아시는 것처럼 현재 두 항공사 모두 국내 직원의 70% 가량이 휴직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되면 대규모 정리해고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앵커>

    양사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은 `블라인드`에 올라온 내용들인데요.

    아시아나 직원들은 "아시아나로 일하고 싶고, 비행하고 싶다"

    "합병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 시간에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뭐 이런 얘기를 했고요.

    대한항공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죠.

    "아시아나는 자칫 애물단지 될 수도"

    "모르는 사람은 10대 항공사 됐다지만, 우리가 좋은 게 대체 뭐냐" 뭐 이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앵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일단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진가에 확약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돈`이겠죠.

    정부와 산은의 기대처럼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는 23조 9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1조 5,500억원으로,

    양사의 부채를 합치면 34조 6,4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재도 두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 연명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길어지면 제2의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앵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불안감이 있겠습니다.

    <기자>

    소비자들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노선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선택권이 크게 축소되는 게 아니냐 하는 것과,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여태 모은 마일리지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각자 운영이 아닌 통합으로 결정되면서,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단일 노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죠.

    독점 체제가 되면 가격 결정권을 가진 항공사가 항공권을 비싸게 팔 수도 있는데요.

    정부는 외항사와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등으로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단독 노선에서 과도한 운임을 받는 경우에 대해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저도 아시아나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마일리지 어떻게 되나 싶더라고요.

    <기자>

    두 항공사가 독자적으로 운영한 마일리지 시스템도 하나로 통합됩니다.

    정부는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사용처가 부족했는데 대한항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대해서도 궁금하실 겁니다.

    마일리지 통합은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겠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대1 비율로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합니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이 적립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천원당 1마일이 적립되는 상황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통합이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유자에게 불리하다"며 "빨리 써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반대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자 사이에서는 보너스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혜택이 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여기에 두 항공사가 가입한 글로벌 항공 동맹이 다르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겐 불똥이 됐습니다.

    <앵커>

    글로벌 항공사라는 장밋빛 전망 뒤에는 여러 과제들이 있군요.

    모쪼록 피해를 보는 쪽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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