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전세계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열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죠.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는데요.
최근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정호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대한민국 암호화폐 시장에는 말 그대로 `투자 광풍`이 불었습니다.
당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이른바 `돈 놓고 돈 먹는` 투기 대상으로 보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흥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고,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 관계자들의 시선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암호화폐를 투기의 대상이 아닌 자산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건데요.
올해 7월 정부는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암호화폐 소득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이번 세법개정안에 과세안을 포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의 자금세탁방지를 골자로 하는 특정금융정보법에 이어 시장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업권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산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성장잠재력이 높은 주요 산업 분야 중 하나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와 국회의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출한 공동성명에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는 것에 합의하고, 국제 규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올해 초 "디지털 통화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 올해 7월 미국 통화감독청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등 은행들이 암호화폐 전용 창구를 열고 가상자산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뉴욕주 금융당국은 올해 10월 페이팔에 암호화폐를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했죠.
`불법 투기 대상`으로 불리던 암호화폐.
부정적이기만 했던 정부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만큼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