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상승세를 타야 할 은행주들이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손발이 꽁꽁 묶인데다 빅테크들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연초 이후 4대 금융지주들(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의 평균 주가 등락률은 -10.2%.
같은 기간 코스피가 25.4% 상승한 것과는 대조됩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처럼 은행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경영 간섭이 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 1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 대출 만기와 이자상환 유예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은행들이 안고 가야 할 잠재 리스크는 더욱 커졌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이 만기를 연장한 대출 규모는 77조7천억원. 건수로는 27만5천건에 달합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이자가 들어오면 고객분의 상환능력을 체크할 수 있는데, 이자까지 유예시켜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금융회사에서는 부담이 많이 되는…"
여기에 은 위원장은 “만기 연장이 종료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배당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주문까지 넌지시 넣었습니다.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이지만,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올해 은행들의 배당성향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기업 배당에 정부가 관여하지 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은행주에는 부정적인 대목입니다.
지난달말 윤관석 의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과 같은 빅테크·핀테크 기업들도 사실상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은행의 모든 업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빅테크에 대응 못하면 생존까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주의 평균 PBR는 0.3배 수준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
본래 가치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제값을 받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서 벗어나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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