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코로나 백신 접종…韓 '멀뚱멀뚱' [코로나 대응에 때놓친 정부]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20-12-22 08:46   수정 2020-12-22 09:23

백신 확보 안일한 대처에 신뢰도 추락
접종 시점, 공급량 여전히 불확실


<편집자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천명 안팎을 기록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에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 정부는 백신의 조기 확보에 실패하고, 자랑하던 K-방역은 소위 `단계 놀이`(2단계, 2.25단계, 2.5단계, 사실상 3단계)와 `방정식 놀이`(2.5단계+a, 2단계+a)로 변형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대구·경북 신천지교회에서 촉발된 집단감염으로 병상 부족 사태로 교훈을 얻기는 커녕 의료 대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① 코로나 백신 확보 실패…복지부 대변인 `믿어달라` 읍소

미국 뿐 아니라, EU, 영국, 일본 등 세계 각 나라들은 지난 3분기부터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에 나섰다. 특히 11월 들어서는 속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확보를 마무리지었다. 백신 개발과 제조, 생산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존슨앤존슨) 등 일부 다국적 제약사에 한정돼 있다 보니, 생산량(capa)를 고려하면 당연히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수요 초과가 예상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보건복지부·중대본, 백신 확보 안이한 대응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달 중순 오히려 구매에 있어 정부가 `甲`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백신 확보를 서둘러달라"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조급해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게닝(협상)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능후 장관은 화이자·모더나의 백신 개발과 관련해 "그쪽에서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여유로운 태도까지 보였다.

앞서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백신 확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기만 반복했다. 하지만, 22일 현재 우리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와 구매 확정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과 구매약관 및 공급확인서 등 체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 있는 절차로 계약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모더나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에서 긴급 사용 승인 권고가 내려진 날이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년 3월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정세균 총리는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의 백신을 1분기에 접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현재는 없다"며 "해당 업체들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 복지부 대변인 `믿어달라` 읍소…언제? 얼마나?가 빠졌다

급기야 21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백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2∼3월에 국내에 들어오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2∼3월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임상시험이 지연되는 등 도입 지연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양측이 체결한 구매계약서에 공급 일자나 분기 등 구체적인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가 확실하다고 발표하려면 언제(2,3월) 얼마나(공급량)을 명확히 밝히는 게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에서 각각 1천만병분, 존슨앤드존슨(얀센)에서 40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등 모두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까지 선구매 계약이 체결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한 곳과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한 곳 뿐이다. 미국과 영국, EU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하거나 긴급 사용 승인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밝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년 11월까지 접종을 마치는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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