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이재명의 ‘배달특급’ [컨슈머리포트]

고영욱 기자

입력 2020-12-22 17:43   수정 2020-12-22 17:43

    <앵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이 음식점에서 떼 가는 주문 수수료를 낮추겠다며 공공 배달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막상 출시해보니 기대했던 것만큼 반응이 좋지는 않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입니다.

    이달 초부터 경기도 파주와 화성, 오산 3곳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가 음식점으로부터 떼 가는 주문 수수료는 2% 남짓입니다.

    다른 민간 배달앱들이 통상 6~13%의 주문 수수료를 떼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문제는 수수료가 아무리 싸도 이용자가 거의 없어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달특급은 출시 이후 지난 19일까지 누적 가입자 수는 8만5천 명에 이르지만 주문건수는 6만6천 건, 거래액은 17억9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배달특급의 롤모델인 원조 공공배달앱, 군산시 배달의명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수 11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월별 이용자수는 3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음식점 PoS기에 연동된 주문접수 시스템도 불편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A씨 /파주 A음식점 사장
    “배달특급 같은 경우에는 이 주문 정보를 저희가 다 수기로 작성해야 되는 단점이 있어요. 불편하면 사용 안하게 되잖아요. 그게 가장 큰 문제에요.”

    경기도와 전북 군산시가 직접 공공 배달앱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서울시는 중소 민간앱을 키워 거대 배달앱들과 경쟁시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B씨 / 서울 B카페 사장
    “저희들은 서비스업이다보니까 정해진 시간 내에 맛있을 때 고객님한테 보내드리는게 목적이잖아요. 식으면 맛 없지고 안돼니까. 그런 면에서는 쿠팡이츠가 괜찮습니다.”

    과도한 수수료 논란으로 지자체들이 공공 배달앱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이 나온 뒤에도 소상공인들의 삶엔 변화가 없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소비자들이 공공 배달앱을 이용할 유인이 부족하단 겁니다.

    여러 음식점을 들러 묶어서 배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달요금이 더 싸지도 않습니다.

    <인터뷰> C씨 / 파주 배달기사
    “바쁠 때는 많이 밀릴 때는 묶어서 가는 편이죠. (공공 배달앱이) 배달 기사들한테는 상관없어요. 건수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나마 10% 선 할인 받을 수 있는 지역상품권 결제가 장점이지만, 이 차액은 지자체 재정으로 부담해야 해 공공 배달앱이 잘 될수록 지자체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배달앱 시장에서) 독점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부가 법을 만들거나 규제를 하거나 해야지 옳지 경쟁사를 만들어버린다 그건 비약이 심한거죠. 굉장히 오만하고요. 정부가 주도해서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없어요.”

    한 민간 배달앱 관계자는 “우리는 소비자들이 더 싸고, 더 따뜻한 밥을 먹게 하는데 서비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수수료 문제가 태생인 공공 배달앱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군산시와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 100여 곳이 수수료에 초점을 맞춘 배달 중개앱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

    민간 배달앱들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주문 결제부터 배달까지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민간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삶을 얼마나 좋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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