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깊이를 더하는 이슈 플러스 시간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 1위라는 오명 탓에 현재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법안의 취지는 좋은데, 경영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인과관계를 따져묻지 않는 과도한 처벌조항이, 기업들의 경영활동과 관련 산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 이슈플러스는 내년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재해법, 그리고 화학물질평가법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습니다.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유 기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법부터 살펴보죠. 기업계와 노동계가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은가 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산업재해 유가족과 노동계는 올해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자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벌인지는 오늘로 19일째가 됐고요.
반대로 경영계는 법안에 포함된 처벌 수준이 너무 과도하다며 수위를 낮추려는 물밑작업을 계속해왔습니다.
정부는 어제 국회 법사위에 중대재해법 수정안을 제출했고요.
오늘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다음달 8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내 중대재해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인데 경영계와 노동계, 심지어 정부 부처 간 의견도 일치하지 않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앵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그러니까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중대재해를 입게 되면 기업이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런거죠?
기업들이 반대하는 부분은 정확히 어떤겁니까?
<기자>
경영계도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좀 과도하다는 건데요.
이는 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이 법이 통과하면 법인 대표가 사업장 안전사고에 대해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요. 또 5천만원 이상 10억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요.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5배 가량의 배상액을 물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도 들어있습니다.
안전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사실상 경영 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셈이죠.
반면 노동계 입장에선 목숨이 달린 문제인 만큼 처벌 규정을 강하게 만들어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큰 것이고요.
<앵커>
그런데 오늘 수정안에는 경영계 입장이 반영됐다고 하던데, 100인 미만 사업장도 시행을 2년 유예시켜준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 안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법 적용을 4년 늦춰주는 것에 더해 100인 미만 사업장에도 2년의 유예기간을 줬습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낮췄는데, 10억원 이하로 벌금에 상한선을 뒀고,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5배 이내로 한정했습니다.
또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은 아예 삭제했습니다.
<앵커>
정부 수정안에 대해서 노동계가 이번에는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들은 사실 이 법 외에도 내년에 받아야 하는 규제가 추가로 더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개정을 앞둔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화평법은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정보를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한 제도인데요.
기존 화학물질은 연간 1t, 신규 화학물질은 연간 0.1t 이상 사용할 경우 유해성 정보 등록을 내년부터 의무화 해야 합니다.
또 화관법은 기업들의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내년부터 현장 실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앵커>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화학물질 시설에 정기적으로 정부가 검사를 나가게 된다.
그냥 듣기로는 크게 부담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이게 기업들한테 문제가 됩니까?
<기자>
비용 문제가 상당합니다.
화평법에 따라 유해물질 하나를 등록하는데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수 억원이 소요됩니다.
또 화관법이 요구하는 설비 기준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도 대략 3700만 원이 들어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품질 향상이나 공정 개선에 투자해야 할 비용을 엉뚱한 곳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셈이죠.
또 상황이 이러다보니 화평법을 적용받는 기업은 자금이 모자라 화관법을 지킬 수 없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들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지
잠시 중소기업 전문가를 연결해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미래전략연구단장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단장님 안녕하십니까.
<앵커>
기업규제 3법에 이어서 중대재해법, 화평법, 주52시간제까지 기업 규제 법안들이 폭탄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착륙이 필요하다라는 의견들이 있는데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지금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울 수 있다는 옛말이 있듯 선한 의도가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공장가동률이 60%대로 떨어져서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구요. 최근 1년간 은행 대출이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법이 시행된다면 일단 중소기업 현장에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52시간제의 경우 비대면으로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한 사업들이 많이 발굴돼야 하고, 화평법이나 화관법의 경우에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규제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특히 찬반 목소리가 거센 게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정부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을 하겠다 이런 입장인데,
여기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노민선 단장>
산업재해 발생 예방을 위한 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보강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인 입법체계를 갖추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굳이 법을 제정해야 한다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단계별로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중소기업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내년에 중소기업들 경영환경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서고 있는데, 혹시 이런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라고 보시는 부분이 있습니까?
<노민선 단장>
중소기업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장 두렵게 생각합니다.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는 K자형의 성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파벳 K를 보면 위로 올라가는 선과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있습니다. 혁신 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경우 위로 성장하지만, 혁신 역량이 없고 경쟁이 치열한 중소기업의 경우 역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3가지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화입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대부분 오프라인과 대면 서비스에 기반하고 있는데 디지털화를 통해 현재의 비대면 경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사업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의 비전이 보이지 않을 경우 사업을 정리하고 재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12월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사업재구축에 대한 보조금 지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셋째, 기업 간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에 대한 리스크 관리 못지 않게 경쟁력 있는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매우 중요합니다.
<앵커>
네 단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민성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이었습니다.
유오성 기자와 계속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정부가 50인 미만, 10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을 2년 4년 늦춰준다고 해도,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규모가 이렇게 작다면 자금력이 좋은 기업들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국에서도 이렇게 중대재해법 같은 게 있습니까?
<기자>
이러한 규제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규제와 처벌 수위가 선진국보다 높은데다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김선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앵커>
그러니까 해외 사례를 보면 처벌수위를 높였다고 무조건 사망률이 낮아지는게 아니고, 또 정부에서 안전관련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거군요.
실효성에 대해서 경영계가 거듭 반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정부나 국회가 법안을 강행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우선 각각의 법안들이 가진 내용과 특성들이 모두 다르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한국 사회에서 약자로 취급돼 온 근로자나 소비자에 대한 권익은 높아지고 기업인에 대한 규제의 수위는 높아진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소수의 자본가가 파이를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 양극화 상황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도 잠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미 일부 법안들이 통과 되기도 했고 또 통과를 앞두고 있는 법안도 있고 해서 기업들도 서둘러 대비가 필요해보입니다.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였습니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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