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으로 3억 굴려?"…'빚투' 열풍에 증권사로 몰린 개미들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0-12-29 17:30   수정 2020-12-29 17:44

    원금 580만원으로 3억원 넘게 거래
    3분기 증권사 가계대출 올해 20조↑
    증권사, 고금리 대출로 8,600억 벌어
    미국도 '빚투' 789조…사상 최고치
    정부 "증권사 대출규제 검토 안해"
    # 빚내서 주식사라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바로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는 `빚내서 주식사라`로 잡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사라`며 부동산 시장을 띄웠었죠.

    그런데 비슷하게도 지금은 `빚내서 주식사라`를,

    권장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요즘 주식시장이 호황인데

    빚까지 내가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기자>

    네. 좋게 말하면 빚투는 투자금을 늘려서 고수익을 누리는 레버리지 투자인데,

    손실을 감수할 수 없을 만큼 빚을 내는 것은 우려가 됩니다.

    이런 빚투에 이어 주식을 사고 파는 횟수를 늘리는 단타가 끊이질 않는 상황인데요.

    NH투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증권 계좌를 연 20대는 올해 투자 원금의 5,000%가 넘는 금액의 주식을 사고 팔았습니다.

    이들의 계좌에는 평균 538만원의 자금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500만원을 가지고 빚투와 단타를 통해 3억원 이상을 거래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500만원으로 3억원을 거래했다,

    아직 20대라면 소득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을 텐데 상당히 위험해보입니다.

    <기자>

    네. 그렇죠. 이런 20대를 비롯해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관별 가계대출 잔액은

    예금은행이 전분기 말보다 26조원 증가한 821조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317조 2,000억원,

    기타금융기관이 447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기타금융기관 가운데 증권사를 의미하는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187조 4,000억원이었는데요.

    지난 6월 말보다 5조 5,000억원 증가한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은 "주식거래 자금수요가 있어서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만 이렇게 빚내서 투자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주식 투자 열기로 올해 `빚투`가 급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가 약 9.6% 늘면서,

    2년 6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인 7,22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신용융자 잔고는 주식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위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빌린 대출 잔액을 말합니다.

    저널은 "코로나19 여파로 3월에 저점을 찍고 강하게 반등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빚을 내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죠.

    <앵커>

    그런데 빚내서 주식사라, 정부가 빚투를 권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기자>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신용대출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융자 서비스는 별다른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1~2개월 정도 단기간 돈을 빌려주고

    연 10% 수준의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19조 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앵커>

    신용융자가 주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거죠.

    이것도 많이 늘어나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죠. 증권사는 돈을 빌려주면서 투자자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 주식을 처분해 대출을 회수합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증권사가 1월부터 11월까지 벌어들인 이자가 8,6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상태에서 빚은 빚대로 갚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또 증권사들이 담보로 잡은 주식에 대해 강제 매각을 하게 되니까,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한 요소로 꼽힙니다.

    <앵커>

    정부에서는 왜 개입하지 않고 있나요?

    <기자>

    증권사 별로 한도가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은 대출 제한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17일부터 신용공여 한도 소진으로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했고,

    KB증권 역시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 등 증권담보대출 중단에 나섰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0일부터 주식과 채권, 펀드에 대한 담보대출과 신용융자 전체를 중단했죠.

    하지만 역대급 빚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한도가 소진될 때까지 정부가 규제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빚내서 주식 사라는 정부의 암묵적인 독려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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