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안건 결의 유무효, 임원선거 유무효도 감사할 수 있어

입력 2021-01-05 10:05  

우리나라 아파트에는 입주민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존재하고, 많은 업무를 하지만 입주민들이 관련 법령을 잘 알지도 못하고, 관련 의결 과정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감사가 직접적으로 감사하지 않는 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감사의 감사 권한을 좁게 보아 입주자대표회의와 반목이 생기면 권한을 넘어선 감사라고 하여 감사를 해임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 법원도 “감사는 회계관계업무 이외에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및 주택관리업자의 관리업무전반에 대하여 감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 감사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업무 수행의 적절성이나 임원의 해임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하여 감사 권한이 없다”고 하여 감사의 권한 범위에 대해 소극적으로 해석한 사례들이 있다.

최근, 한 감사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어 향후 입주자대표회의 모든 의결이 전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여 게시하였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실제로 “감사는 회계관계업무 이외에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및 주택관리업자의 관리업무전반에 대하여 감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 입주자대표회의를 감사할 수 없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를 감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감사 범위도 아닌 것을 감사하였다는 이유로 감사를 해임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무법인 한별의 소송팀에서는, 위와 같은 법원의 기존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제5항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안건이 관계 법령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사의 재심의 요청권을 규정 하고 있고, 제6항에서는 재심의 요청이 있으면 재심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출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무효이면, 향후 이루어지는 모든 결의가 무효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업무를 위하여 체결하는 모든 계약 체결 안건이 무효가 되므로, 이러한 부분은 위 시행규칙 제4조, 제5항, 제6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결국 감사 대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법리로 맞섰다. 결과적으로 선거의 유무효, 이와 관련된 안건 결의의 유무효 등도 모두 감사가 가능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법무법인 한별의 주장을 수용하여 “이 사건 보고서는 이 사건 선거의 효력에 관한 감사의 검토 또는 감사결과를 정리한 내용인데, 이 사건 선거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제3항이 정한 ‘관리업무 전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출 선거의 효력은 그가 소집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한 안건의 효력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라 할 것인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제5항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안건이 관계 법령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사의 재심의 요청권을 규정 하고 있는 점, 감사의 업무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면 적극적인 감사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위축되어 결과적으로 입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장 선출 과정을 감사하고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감사보고서를 게재한 행위가 감사로서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위 가처분 사건을 지휘한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현인혁 변호사는, 최근 들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에 문제가 많다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있어 이 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면서, 이번 결정에 대하여 “결론만 놓고 보면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뭐가 중요한가,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 결정이지만, 이 당연해 보이는 결과를 얻기까지 수많은 다툼이 존재하였고 그 오랜 다툼의 결과물이다. 그 본질적인 내용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견제할 수 있는 감사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그 정당한 감사 권한 범위의 지평을 넓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 하였다.

위 가처분 결정의 내용에 따르면, 감사 업무범위가 좀 더 확대되므로 감사의 업무범위를 좁게 해석하여 감사의 감시를 차단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사유를 들어서 감사를 함부로 해임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감사도 입주자대표회의 결의가 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되는 사유라면 해당 문제들을 폭넓게 지적할 수 있게 되어 민주적으로 아파트가 운영되는 데 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한편 현인혁 변호사는 앞으로도 도움을 요청하는 아파트가 있다면 그 내용을 살펴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판례가 지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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