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얼마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유동성`과 `세대수 증가`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장의 상황과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전효성 기자입니다.<기자>
"최근 수년간 자산시장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부동산이었습니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집값이 뛰었기 때문인데요. 과연 시민들은 집값 상승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요, 먼저 그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백용철 / 부천시
"이미 매매는 생각도 못하고 있고, 전월세나 가격이 조금 떨어졌으면 좋겠다…"
<인터뷰> 조은파 / 수원시
"집 사기도 많이 힘들어졌고, 몇십년 후? (빨라야) 40대는 돼야 하지 않을까…"
집값에 대한 시민들의 박탈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정부와 시장의 눈높이는 `집값`에서부터 차이가 보입니다.
민간 통계는 현 정부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50% 넘게 올랐다 말하지만, 정부 통계로 보면 14.2%로 격차가 3배 이상 벌어집니다.
집을 얼마나 지어서 얼마나 팔았는지를 따지는 `공급 물량`도 마찬가집니다.
시장에서는 공급이 끊겼다고 아우성이지만,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공급이 많았다고 주장합니다.
현상 파악과 원인 진단이 서로 엇갈리다 보니 집값 안정도 요원한 상황,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먼저 전문가들은 집값 통계의 경우 실거래가격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가 주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는 실거래가, 주변 시세, 호가를 종합해 도출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주택의 추정 시세까지 반영하다 보니 상승률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부동산원이 만드는 6개 지표 중 가장 상승률이 낮은 것이 `매매가격지수`인데, 이를 핵심 지표로 인용해 발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실거래가격을 따져본다면 민간 지표(KB부동산)와 정부 통계(부동산원)의 격차는 크게 줄어듭니다.
<인터뷰> 김성달 /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정부 말대로) 14% 올랐다면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집값 원상 회복이나 이런 문제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그때 어떤 수치를 보고 받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했고…"
다음으로 주택 공급 지표는 `시점`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주택 공급이 이전 정부보다 더 많다고 밝혔는데,
<인터뷰> 문재인 / 대통령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주택 공급 물량이 과거 정부 시기보다 훨씬 더 많게 설계가 돼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급 물량은 수 년 전 인허가돼 준공을 마친 `입주물량`입니다.
인허가부터 준공, 입주까지 최소 3~4년 시간이 걸리는 것을 따져본다면 현 정부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정부가 공급 기반으로 강조하는 `3기 신도시`는 현재 토지보상 단계로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황인데다,
설 이전에 발표하겠다는 공급 대책도 실현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 공급 적기를 놓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집값 상승의 이유를 지난해까진 `전(前) 정부의 규제 완화`로,
올해 들어서는 `1인 가구 수의 증가`로 꼽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1인 가구 수가 늘어나는 건 1~2년 사이의 일이 아닌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서원석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1인 가구, 소인 가구는 계속 증가를 해왔거든요. 1~2인 가구가 증가했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주택 수요와 연결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소인 가구가 일반적인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지는 않아요, 그만큼 구매력도 충분하지 않고…"
정부가 뒤늦게나마 주택 수급 문제를 인지한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25번째 부동산대책이 마지막이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도 `집값 우상향`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관련 기사: "좋은 땅 다 팔고 뒤늦게 공공재개발…文정부 `구걸 임대` 정책" http://bit.ly/2Y2li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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