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치면서 고민하다가 다시 카페를 닫기로 하고 수많은 식자재를 반품시키고 다시 일용직으로 버티려 합니다. 애석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오던 `터줏대감` 격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2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2008년 문을 연 뒤 13년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한 자리를 지켜오던 사진 갤러리 카페 `여우사이`는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푸짐한 인심과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카페 앞에는 사장의 고민과 시름이 담긴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었다.
김씨는 "카페는 그냥 음료를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며 "영업이 제대로 안 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카페를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카페를 잠시 닫고 일용직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만난 학생들과 추억이 많다면서도 "코로나가 잠잠해져야 다시 열 수 있을 텐데 언제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이대역 인근에서 1975년 영업을 시작한 `가미분식`도 지난해 여름부터 `리모델링 중`이란 종이를 붙인 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인근 상인은 "코로나 타격이 막심해 문을 닫은 김에 공사를 한다는 건데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문을 못 열고 있다"며 "사장은 언제쯤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앞에 1997년 문을 연 분식점 `빵 사이에 낀 과일`(빵낀과)도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끊겨 지난해 폐업 위기를 겪었다. 가게 안에 손님들이 애정을 담아 적은 포스트잇이 벽 한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찾는 단골이 많았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4월 진지하게 가게 문을 닫으려 고민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빵낀과를 지키자"며 가게를 일부러 찾아준 덕에 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사장 박춘희 씨는 "작년 3월에는 매출이 평소 5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4월엔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학생들이 찾아준 덕에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임대료 내고 겨우 유지해나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30년 넘게 `집밥 같은 밥`을 제공하며 사랑받던 식당 `제일미가`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성균관대 졸업생 정모(31)씨는 "고시생들이 집밥 같은 밥을 먹을 곳이 없어 거의 매일 같이 찾아가던 곳"이라며 "자주 간 만큼 추억이 많았는데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2004년부터 홍대에서 수많은 만화 애호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국내 최대 규모 만화 전문 매장 북새통문고도 다음 달 28일로 매장 문을 닫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