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대면판매 의존도 등 원인 꼽혀
코로나19 확산에 `언택트` 흐름이 산업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 보험산업의 비대면 움직임은 주춤한 모양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온라인을 통해 보험을 구매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모바일 보험 쿠폰` 서비스 판매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손보의 경우 지난 2019년 6월 지정받았으며 현대해상은 지난해 4월, 하나생명과 교보생명 등은 지난해 12월에 해당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금융위 측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구매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보험 접근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시장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인 NH농협손보 측은 실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고,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 중인 업체 관계자 또한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했던 보맵, 토스인슈어런스 등의 핀테크 업체들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초라한 성적표의 원인으로는 국내 보험산업의 높은 대면 판매 의존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내 보험상품의 대면판매 비중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대면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의 98.7%로 전년 동기 대비 0.8% 늘었다. 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대면 판매 비중이 87.5%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산업은 여전히 설계사 중심의 대면판매 비중이 대단히 높다"며 "보험 상품은 누군가가 옆구리를 찌르지 않으면 쉽게 가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비대면 보험 상품의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당 상품을 판매중인 한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쿠폰으로 구매 가능한 상품이 여행자보험, 골프보험 등으로 제한된다"며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외부활동도 크게 줄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존 보험사들이 비대면 흐름에 고전하는 가운데 빅테크 업체들이 보험 산업에 뛰어들 의사를 밝혀 보험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중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냈고, 네이버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 전문 법인 NF보험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형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보험사업에 뛰어들 경우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2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데이터와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전개되는 환경에서 보험산업은 데이터 확보에서부터 경쟁열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품, 채널, 자본 등에서 상당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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