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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페북 박터지게 싸우는 이유…결국 '이것' 때문 [홍IT인간]

정재홍 기자

입력 2021-01-31 08:00  

"이용자 동의 없으면 표적광고 불가"
애플 새로운 정책에 빅테크 충돌
명분 챙기는 애플의 정치적 묘수?

애플의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 핵심은 아이폰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앱(애플리케이션)의 정보 요구를 허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몇몇 앱들이 이용자에게 허락을 요구한 적은 있었죠. 애플은 아이폰 iOS14 후속 업데이트를 통해 상반기 내에 해당 기능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앱 개발사들은 이제 어느 정보를 가져갈 것인지 정확하게 공지해야함과 동시에 이용자의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이용자 정보 획득 없이 서비스를 시행할지 여부는 앱 개발사 자유입니다. 애플은 개발사에게 자유를 허락한다는 방침입니다만 여론조사 업체 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가 앱 추적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앱 개발사들이 인터넷 발전과 함께 발달한 `표적광고`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입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광고 집행자들은 아이폰에 부여된 고유 식별(IDFA)을 통해 이용자의 검색 및 사용 기록에 접근해 맞춤형 광고를 진행해왔습니다. 개인화된 광고가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효과가 좋아 광고 단가는 높은 편입니다. 이용자들이 표적 광고를 거부하면 이들은 수익에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당장 시장은 이에 반응했습니다. 애플의 새로운 정책 발표에 페이스북 주가는 현지시간 28일 이틀 연속 하락해 265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4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264억4천만달러)를 웃도는 280억7천만달러로 나타나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꺼진 겁니다.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iOS14 보안 정책. 앱 개발사는 표적광고를 위해 이용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iOS14 업데이트를 포함해 애플의 이같은 정책은 타깃 광고에 의존하는 전세계 수백만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공개 비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현재 애플에 대해 독점 금지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페이스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팀 쿡 애플 CEO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브뤼셀에서 열린 데이터 프라이버시 컨퍼런스에서 그는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는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당연하게도 문제는 결국 돈입니다. 애플로선 명분과 함께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싸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빅테크 기업의 싸움을 전하며 "이번 변화는 지난 수년간 애플이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임과 동시에 마케팅의 일부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애플의 매출 80%는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된 기기는 당연히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저커버그의 지적과 같이 독자 플랫폼을 가진 애플이 자사 앱에만 특혜를 준다는 의혹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4분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157억달러(17.5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습니다.
현재 iOS14에서 적용중인 보안 정책. 앱 개발사는 어떤 정보를 취하는지 이용자에게 정확히 공지해야 한다
표적광고를 둘러싼 두 테크기업의 충돌 결과에 따라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개인정보를 주지 않는 대신 높은 가격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느냐, 더 암호화된 개인데이터를 바탕으로한 정교한 표적광고가 만들어지느냐의 갈림길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최근 경영 트렌드상 명분에서는 애플이 앞서는 모양새인데요. 두 회사가 모두 미국 내 독점 남용에 대한 규제대상에 올라와 있는 만큼 애플의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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