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부자나라만 백신 판다…공평 분배 약속 어겨"

입력 2021-02-14 21:11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기 단계에 공공자금을 지원받을 때 했던 약속과 달리 부국에만 백신을 판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모더나는 작년 1월 비영리단체 감염병혁신연합(CEPI)에서 90만달러(약 9억9천만원)를 투자받았다.
투자액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이 공개되고 2주도 안 돼 백신개발이 막 시작된 시점에 투자가 이뤄져 백신 시장에서 신인 격이었던 모더나엔 마중물 역할을 했다.
CEPI 레이철 그랜트 대변인은 "(CEPI의) 초기단계 촉매투자는 모더나의 (백신개발) 프로젝트가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WP는 모더나가 CEPI에서 투자받으며 이 단체가 추구하는 `백신은 필요에 따라 적당한 가격에 공급돼야 한다`라는 원칙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모더나 투자발표 시 "글로벌 공중보건을 위한 모더나의 헌신은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는 CEPI의 비전과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도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잠재성 있는 백신을 찾아내려는 CEPI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무를 지원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글로벌 공중보건 분야에서 진보는 민간과 공공의 협력에 기반한 집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모더나는 백신 상용화에 성공하고도 초기생산분 대부분을 부국에 팔고 빈국엔 전혀 할당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제약사들과 각국이 맺은 백신 구매계약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판매된 모더나 백신 6억5천200만회분의 대부분이 미국(3억회분)과 유럽연합(1억6천만회분), 일본(5천만회분), 캐나다(4천만회분), 한국(4천만회분) 등 고소득 국가가 산 것이었다.
중저소득 국가에선 필리핀이 2천만회분을 구매했다.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 몇몇 중소득 국가가 모더나와 구매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협상이 타결돼도 이미 구매계약을 체결한 부국보다는 당연히 백신을 늦게 받을 수밖에 없다.
모더나는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만들어진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 쪽과도 수개월째 협상을 진행 중이기만 하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CEPI와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연합(Gavi)이 함께 이끌며 올해 내 20억회분 백신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화이자가 코백스에 `이윤을 내지 않는 수준`으로 최대 4천만회분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는 등 모더나의 경쟁사들은 이미 코백스에 기여하기로 약속했다.
이윤이 나는 선진시장만 우선하는 제약사들의 욕심과 `백신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빈국들은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처지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8일 현재 고소득 국가는 백신을 42억4천500만회분, 상위 중소득 국가는 12억1천만회분, 하위 중소득 국가는 5억8천200만회분, 저소득 국가는 6억7천만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캐나다는 인구의 5배만큼 백신을 확보했고 영국은 3배, 미국과 유럽연합은 2배의 백신을 선점했다.
과학자들은 저소득 국가가 적기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경제학자들은 `백신 민족주의`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피해가 1조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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