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재판 나온 어린이집 원장 "입양 초부터 멍·상처"

입력 2021-02-17 12:22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피해자 정인 양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故(고) 정인 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인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원장인 A씨가 상처의 원인을 물으면 장씨는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고 했다. 허벅지에 난 멍에 대해서는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는 해명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친딸인 언니와 달리 정인양은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 장씨는 정인양이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증인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A씨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 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없이 병원에게 데려갔다며 양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망 전날인 2020년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양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CCTV에 담긴 정인양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해 있었다. 활발하게 뛰노는 아이들 사이에서 정인양은 내내 교사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었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의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이유식을 줘도 전혀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진술했다.
정인양은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 인도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서울남부지법이 아닌 다른 법원 앞에서도 재판부의 중형 선고를 탄원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현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인아 미안해` 등의 글귀를 적은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정인이 재판,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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