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근 현상이 자동차를 넘어 스마트폰 업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주권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 지고 있습니다.
임동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반도체 부족으로 GM과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이 잇따라 멈춰선 데 이어, 스마트폰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1위 기업인 퀄컴의 칩 부족으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지만 이미 올해 주문이 꽉 찬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은 추가 생산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이 최근 한파로 가동이 중단된 것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반도체 품귀 현상은 연내 해결되더라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박재근 /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인공지능이라든지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AR, VR 등 새로운 시장이 발생하다 보니까 공장을 지어서 지금 부족한 공급을 커버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수요가 생기니 다시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반도체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또한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설계, 연구,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시행하기 위해 370억 달러 규모의 예산 확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제가 들고 있는 이 반도체 부족 문제가 최근 심각합니다. 자동차 생산이 지연되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이 줄었습니다.]
유럽연합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유럽 내부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계획에는 최대 500억 유로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안기현 / 반도체산업협회 상무 : 기계장치, 전자장치의 핵심이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는 이상 기계장치나 전자장치의 경쟁력을 글로벌로 가질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각국에서 반도체 확보 경쟁, 기술의 확보 경쟁이 각각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확대는 메모리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성장성이 큰 만큼 과제도 분명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시스템 반도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수년 째 3%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대만 TSMC가 올해 31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경쟁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노근창 /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생산 캐파가 TSMC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해야 하는데 TSMC가 월 100만장이거든요. 삼성전자 43만장이기 때문에 세계 1등을 하려면 최소한 지금보다 설비투자를 2.5배 이상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팹리스 역시 아킬레스건입니다.
글로벌 상위 50위 팹리스 가운데 한국 기업은 실리콘웍스 단 한 곳뿐입니다.
[박재근 /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이번 기회야말로 대만처럼 국내의 팹리스, 특히 벤처 회사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서 정부에서 R&D 자금도 지원해 줘야하고 성장 펀드도 만들어 줘야하고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2030년 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한국경제TV 임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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