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학계와 시민단체가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학술논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14일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이날 오후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램지어의 위안부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위안부 연구 분야 1인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요시미 교수는 파이트 포 저스티스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램지어 교수 위안부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램지어가 위안부 계약에 대해 논하면서도 "한 점의 계약서도 제시,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부 제도라는 `성노예 제도`를 만들고 유지했다는 점을 램지어의 논문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가 주장하는 `위안부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이 있는 위안부는 일본인 여성 대부분과 일부 조선인 여성뿐이었다"며 "계약 없이 군과 업자에 의해 약취(略取·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타인을 지배하는 행위) 혹은 유괴로 위안소에 구속된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필리핀인, 인도네시아인, 네덜란드인 등 많은 여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계약이 있는 경우에도 계약 기간이 끝나고 돈을 모두 갚아도 귀국하지 못하는 여성이 수없이 많았다고 요시미 교수는 전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논문 중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돼 있지 않거나, 제시된 증거가 반대의 것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몇 개 존재한다"며 "그가 제멋대로 만들어낸 이야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본다면 이 논문은 파탄이 난 것으로 학술 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근대 공창 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연구해 온 오노자와 아카네(小野澤あかね) 릿쿄(立敎)대 교수도 이날 세미나에서 램지어 논문에 담긴 일본의 창기(娼妓) 계약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비판했다.
오노자와 교수는 여성이 주체가 돼 업자와 계약했다는 램지어의 주장에 대해 "창기 계약은 사실상 인신매매로, 대다수의 선행 연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램지어는 당시 조선에도 일본의 창기 계약과 유사한 공창 제도가 있었고, 위안부가 된 조선 여성은 계약의 주체로 업자와 교섭해 합의로 위안부가 됐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오노자와 교수는 "위안부 제도는 무엇보다 일본군이 주체가 돼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점에서 공창 제도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민지와 일본군 점령지역에서 위안부로 모집된 여성은 대부분 공창과는 관계가 없고 일본군에 의해 또는 일본군의 지시와 명령을 받은 업자에 의해 폭력, 사기, 인신매매 등의 수단으로 모집됐다고 지적했다.
오노자와 교수는 램지어의 위안부 논문에 대해 "학술논문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사료적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어 "창기와 위안부 제도의 실태를 논하고 있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램지어 위안부 논문에 대한 반박문을 낸 바 있는 지타니 사야카(茶谷さやか)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오사카산업대 교수,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米山リサ) 토론토대 교수 등도 참가했다.
앞서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지난 10일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게재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명의로 내놓은 성명을 통해 램지어 논문의 게재를 철회할 것을 IRLE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