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동안 있었던 CEO 소식들 짚어보는 CEO톡톡 시간입니다.
김보미 기자 나왔습니다.
첫 번째 CEO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소식입니다.
지난달 31일, 그러니까 이번주 수요일이었죠. 헬릭스미스 주주총회가 있었는데요.
김 대표가 마지막, 최후의 승부수를 던져 화제가 됐습니다.
<앵커>
최후의 승부수라고 하니까 엄청 비장하게 들리는데, 어떤 수를 던진 것입니까?
<기자>
김 대표는 “본인이 보유한 헬릭스미스 주식 전량을 회사에 내놓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 조건이 있는데요.
헬릭스미스가 개발 중인 치료제 ‘엔젠시스’가 내년 10월 31일까지 임상 3상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주가를 지금의 4배 이상, 그러니까 10만원대로 올려놓지 못할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달성하지 못하면 주식을 내놓겠다는 건데요.
참고로 김 대표는 헬릭스미스 지분 5.2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주식 수로 따지면 178만여주, 어제 종가 기준으로 약 495억원 규모입니다.
<앵커>
내년 10월까지로 기한을 잡은 거네요.
김 대표가 이렇게 배수의 진을 쳤다는 건, 엔젠시스 치료제 임상 성공에 자신있다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네. 그만큼 김 대표가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될 텐데요.
실제 김 대표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하단>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저에게 헬릭스미스 주식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25년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회사와 엔젠시스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고 전력투구하겠습니다. 저와 회사가 본업에 집중해 다시 코스닥 최대 규모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주주들 반응은 현재 차갑기만 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어차피 휴지가 될 주식인데 뭘 내놓겠다는 거냐”, “신약 개발 실패하면 주식 내놔도 별 의미없다” 등의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김 대표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바이오업계에서도 창업주가 공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한 건 다소 위험한 것 아니었느냐 라고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헬릭스미스 주가는 김 대표 발언 이후 어제(1일) 7% 넘게 올랐다가 오늘(2일) 5%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앵커>
헬릭스미스, 한 때는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던 기업인데, 지금은 시총도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실망감을 안기는 사건이 있었죠? 어떤 것입니까?
<기자>
크게 보면,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그리고 투자손실 부분에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시간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2019년 8월,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3상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짜약을 투여한 집단과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한 집단이 섞이는 초유의 임상 오염사태가 발생한 건데요.
쉽게 설명드리면, 가짜약을 투여한 사람들 혈액에서 이상하게 엔젠시스가 검출됐고, 엔젠시스를 투여한 사람들 혈액에서는 오히려 엔젠시스 농도가 적정치에 미치지 못했던 겁니다.
이를 놓고 당시 증권가에서는 “일반적인 임상에서는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한 수탁기관이 상당히 부실한 업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때부터 임상에 대한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감이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가도 하한가를 맞았구요.
<앵커>
그런데 다시 임상 3상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완전한 실패라고 보지는 않나 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헬릭스미스는 임상 3-1상을 9개월 추적관찰과 12개월 추적관찰,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실시했는데요.
앞서 임상 오염사태가 발생한 건 9개월 추적관찰의 임상 3-1A상이었습니다.
12개월 추적관찰의 3-1B상이 남아있었던 거죠.
여기에서 헬릭스미스는 성공 소식을 전했구요, 현재 임상 운영을 총괄하는 수탁기관을 새로 선정하고 임상 3-2상을 진행 중입니다.
3-1 그리고 3-2상을 종합해서 미국 FDA에 엔젠시스 판매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인데요.
다만 임상오염 사태의 충격이 워낙 컸던 터라, 여전히 일부 소액주주들과 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임상 3상 오염사태 외에도 또 한가지 실망을 안긴 사태가 투자손실 사태인데,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헬릭스미스가 고위험 자산들에 투자해서 손실을 본 게 뒤늦게 드러난 사건인데요.
헬릭스미스 지난해 10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공시했습니다.
“2016년부터 5년간 DLS를 비롯한 각종 고위험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라는 내용인데요.
지난해 매출의 약 60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때 투자한 상품만 68개에 달하는데요.
여기에서 큰 손실을 본 겁니다.
당시 주주들은 “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투자운용사였냐. 임상하는 데 써야 할 돈을 왜 거기다 쓴거냐”며 분노했죠.
사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손실까지 더해지면서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종목’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됩니다.
2019년 “유상증자를 2년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이 1년 만에 깨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김 대표는 정작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소식에 주가는 또 한번 고꾸라졌고 덩달아 김 대표를 향한 주주들의 신뢰도 추락했습니다.
<앵커>
투자자의 돈을 위험상품 투자에 쓴 거군요.
주주들의 분노도 이해가 가는데요.
김 대표, 이런 발언보다도 실제 결과로 증명하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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