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회사 종근당의 9개 제품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업체에 대한 특별 불시 점검을 한 결과, 종근당이 의약품을 제조할 때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첨가제를 임의 사용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21일 밝혔다.
식약처는 3년 주기로 의약품 제조소에 대한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정기 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정기 감시 외에도 연중 불시에 점검하고자 이달부터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구축·운영 중이다.
기획단은 허가받은 사항과 다르게 원료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제조방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하는 행위, 제조기록서를 거짓 작성·폐기하는 행위, 제조관리자의 적정 근무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식약처는 4개 업체를 점검해 약사법을 위반한 종근당의 9개 품목 의약품은 잠정 제조·판매 중지했다. 9개 품목에는 종근당이 외부에서 의뢰를 받아 수탁 제조한 제품도 포함돼 있다.
종근당 외에 1개 업체는 미생물 한도시험에 사용하는 배지의 성능시험을 실시하지 않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돼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 2개 업체는 점검 결과 약사법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점검에서 종근당은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의약품에 첨가제를 임의 사용하고,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이중 작성·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근당은 식약처의 점검에 대비해 원료 계량부터 제조 완료까지 모든 공정을 허가받은 사항과 동일한 양식의 제조기록서를 사용해 거짓으로 작성하고 실제 제조에 사용한 기록 등은 제조 후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방법 미변경,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의 약사법 위반 사항도 적발됐다.
식약처는 제조·판매 중지한 9개 품목에 `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 4개 품목이 포함된 상황을 감안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조치 수준을 검토했다.
그 결과 신경 안정제로 쓰는 데파스정, 고지혈증 치료제 베자립정, 과민성 방광 치료제 유리토스정 등 3개 품목은 환자 치료상 필요성을 인정해 시중에 유통된 제품의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 외 6개 품목에 대해서는 의·약사 등 전문가에게 다른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하고 회수에 협조해달라는 안전성 속보를 배포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병·의원 등에 해당 품목의 처방이 제한되도록 요청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소 불시 점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며 "고의적 제조방법 임의변경 제조, 허위·이중 기록 작성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GMP 적합 판정을 취소하고, 해당 위반행위를 통해 얻은 부당한 이익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약사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에 이어 종근당까지 의약품 불법 제조로 적발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불법 제조행위가 만연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식약처는 업계 전반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30개소, 이달 4개소를 점검한 결과 종근당에서만 유사한 위반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보아 제약업체 전반에 걸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단 변경허가를 위한 소요시간과 비용 등 경제적 이유, 위반 행위를 해도 감시만 피하면 된다는 내부인식, 적발되도 처벌이 크지 않은 점 등이 불법 행위의 배경으로 꼽힌다고 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