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깜짝` 실적을 냈다. 하지만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인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기간과 맞물려 추가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우려되는 만큼, 실적이 좋아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과 KB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54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6%나 증가했다.
이 기간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1,6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 KB국민카드는 1,415억 원으로 72.4% 늘었다. 하나카드도 전년보다 무려 139.4% 증가한 725억 원, 우리카드는 41.2% 늘어난 7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카드도 작년 1분기보다 23.4% 증가한 1,384억 원의 순익을 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가 늘어난데다, 카드사들이 모집과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카드 대면 모집비용 등이 줄어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은 오히려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올해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의 원가인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3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적격비용 산정작업을 위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삼정KPMG와 계약을 체결하고 원가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문제는 그간 카드 수수료율이 지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10차례 이상 인하됐다는 점이다. 적격비용 산정 작업을 거쳐도 수수료율이 인상된 사례는 없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매번 선거철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혔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매출 2억 원 이하로 규정됐던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3억 원 이하로 확대됐고, 영세가맹점 우대 수수료율도 최초 1.5%에서 0.8%까지 내려왔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1.3% ▲5억~10억원 1.4% ▲10억~30억원 1.6%로 적용된다. 특히 국내 전체 가맹점(약 270만개)의 76.5%는 영세가맹점으로 0.8%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모두 깜짝 실적을 내자, 수수료 인하 명분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4대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와 삼성, 현대, 롯데 등 7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7.6%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사실상 추가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는 7월부터는 법정최고금리도 24%에서 20%로 낮아지는 등 금리 부담을 낮추는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를 줄이는 등 뼈를 깎아서 만든 일명 `불황형 흑자`인데도 불구하고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며 "간편결제 등 최근 이용자가 늘고 있는 빅테크 플랫폼 수수료보다 이미 0%대인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곧 다가올 `연체율 폭탄`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당국이 대출금의 원가와 이자 납입을 기존 6개월에서 추가로 6개월 더 연장해 준 상황인데, 이 때문에 연체율이 개선되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 1분기 삼성과 하나카드 등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0%로 전년보다 약 0.4%p 내려갔다. 연체율 개선으로 충당금이 크게 줄어든 점도 순익 증가에 영향을 줬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오는 9월 이자 납입 유예 기간이 끝나면 급증할 연체율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은행에 비해 납입 유예된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 만큼 금리 등에서 리스크가 높은 만큼 카드사들의 건전성과 순익에는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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