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벤처나 스타트업 대표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대표자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차등의결권 제도를 적용받으려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한 물류전문 스타트업 박 모 대표는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경영활동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물류 인프라 확장을 위해 차량 구입에 나섰으나 지분율이 높았던 투자자의 반대로 이 결정이 무산된 겁니다.
한창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 여러 군데 손을 벌려 투자유치를 받았지만 자신의 지분율이 낮아진 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투자 규모는 4조 원을 돌파하면서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대표자의 경영권 보호 장치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때로는 공격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대표 지분율이 낮으면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의 경우 상장을 포기하거나 해외 거래소를 찾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쿠팡의 미국 상장을 계기로 마켓컬리나 두나무, 네이버웹툰, 야놀자 등 혁신 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상장을 검토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회사 지분은 6.6% 정도인데 별도의 경영권 보호 장치가 없이 상장을 하는 경우 회사 장악력이 떨어지거나 투기 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될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는 최근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주 발행을 허용하도록 규제를 푸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 제도가 지배주주 권한만 강화할 것이라는 반론과 차등의결권 외에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있어 제도 도입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일부의 반발에 이 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김병연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차등의결권은) 상장 후 3년, 발행 후 10년 지나면 없어지는 일몰 조항이 있습니다. 경영권을 지속 보장한다거나 이런 우려는 기우입니다. 한도도 마련해 놓고 있어 무작정 차등의결권을 발행하는 것도 허용 안되고, 양도나 상속도 안됩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찾아온 벤처붐을 살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이 자유롭게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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