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외친 버핏, 납부세금은 '쥐꼬리'

최진욱 기자

입력 2021-06-09 09:53  

미국 탐사보도업체 상위 억만장자 납부세금 공개
최상위 25명, 자산 448조 증가...소득세는 15조 납부
연봉 7억이상 37%, 중위소득 14%에 비해 턱없이 낮아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들이 평범한 미국인들보다도 훨씬 소득세를 적게 낸 것으로 드러났다.
불어난 재산의 `쥐꼬리`만큼만 연방정부에 세금으로 내거나, 아예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해 또한 적지 않았다.
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미공개 연방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해 8일(현지시간) 내놓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 최상위 부자 25명의 자산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총 4천10억달러(약 448조원) 불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같은 기간 연방소득세로 납부한 세액은 136억달러(약 15조원)에 그쳤다. 최고 부자들에게 적용된 실제 세율은 겨우 3.4%에 불과한 셈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는 연 7만달러(약 7천800만원)를 버는 미국의 중위소득 가정이 소득의 14%를 연방정부에 납부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고 세율을 적용받아 소득의 37%를 세금으로 내는 합산 소득 62만8천300달러(약 7억원) 이상의 부부들과는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프로퍼블리카는 전통적인 급여 소득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미국인과 달리 억만장자들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세금 회피 전략으로부터 종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상위 부자의 소득은 거의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인데, 이러한 자산은 팔아서 양도 차익을 보지 않는 이상 과세 대상이 아니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14∼2018년 990억달러(약 110조원)의 자산을 불렸으나, 같은 기간 낸 연방소득세는 이 중 1%도 안 되는 9억7천300만달러(약 1조원)였다.
천문학적인 재산 증가액 가운데 과세 가능한 소득은 42억2천만달러(약 5조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자 랭킹 `넘버 2`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기간 139억달러(약 16조원)의 자산을 불려 3.27%에 해당하는 4억5천500만달러(약 5천억원)의 연방소득세를 냈다.
상속세나 부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산이 243억달러(약 27조원) 급증하는 동안 연방소득세는 2천370만달러(약 264억원)만 납부, 실질적인 세율이 0.1%에 불과했다.
블룸버그통신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자산 증가액 대비 연방소득세 납부 실적은 1.3%에 머물렀다.
게다가 베이조스는 2007년과 2011년에, 머스크는 2018년에 각각 단 한 푼의 연방소득세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2016∼2018년 3년 연속 투자 손실 등을 이유로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고,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도 거액의 대출 이자 납부 등에 따른 세금 공제로 2016∼2017년 연방 세금을 피해갔다.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프로퍼블리카의 질의에 아이컨은 "`소득세`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면서 "가난하든 부유하든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안 내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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