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내부통제는 자율규제…불명확한 기준 안돼"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와 CEO에 대한 징계 결정을 7개월째 고심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불명확한 내부 통제 제도 등을 이유로 CEO의 책임 소재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건데, 일각에서는 결국 제재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라임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재 수위를 결정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징계가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소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치는데 현재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사와 금감원 양측 의견을 모두 듣는 대심제가 적용된 영향이 큰데, 여기서 CEO(최고경영자) 징계 수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제재심에서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김형진 전 대표), KB증권(박정림 대표 및 윤경은 전 대표), 대신증권(나재철 전 대표) CEO 등은 재취업 등이 제한될 수 있는 중징계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회사는 주주와 이해 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금감원은 이 법을 근거로 CEO 징계를 결정했지만 업계는 기준을 만들라는 법 일뿐 직접적인 징계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증권사 CEO 30명은 징계가 과해 자본시장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당국과 국회에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 모든 업무를 CEO에 권한을 부여하면 그 조직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 무슨 사고 나면 다 대표 책임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입니다. ]
선례가 되는 해외금리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의견 역시 엇갈리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부담입니다.
지난해 초 금감원이 DLF사태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는데 내부통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행정 소송을 했고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은행법학회는 세미나에서 "내부통제는 자율규제"라며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학계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섣부르게 결정하면 줄 소송이 우려되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라임 판매 증권사 CEO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증권사들이 고객 투자금을 전액 배상하고 선제적으로 내부 투명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 등이 제재 경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당국은 "쉬운 문제는 아니"라며 "분쟁이 없도록 가능한 많은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오는 2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르면 8월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 아직 정례회의는 안 올라갔고 소위원회를 진행하고 있을 겁니다. 소위원회도 거의 끝났을 것입니다. ]
금융당국은 향후 CEO 징계 관련 논란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에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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