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들을 위한 이슈 심층분석 시간, `뉴욕증시 A to Z` 시작하겠습니다.
조연 기자. 오늘은 어느 기업 이야기인가요?
<기자>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앵커>
지난주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넷플릭스 전용 영화를 제작한다는 뉴스가 있었죠.
전통 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 사건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기자>
네. "영화는 극장에서"라는 스필버그의 지론도 시대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 넷플릭스와 스필버그 감독 뉴스 외에 미국 미디어업계의 눈을 사로잡은 뉴스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컴캐스트(Comcast)`가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로쿠(Roku)`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앵커>
컴캐스트와 로쿠, 이름이 익숙한 기업은 아닙니다만..
<기자>
컴캐스트는 AT&T 같은 미국 통신·미디어 그룹입니다. 미국내 인터넷 서비스 1위 업체, 케이블 방송사업자로서는 2위고요. 또 NBC방송과 영화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NBC유니버설이 자회사입니다. NBC유니버설은 지난해 `피콕(Peacock)`이란 OTT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구독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로쿠는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일반 TV를 스마트 TV로 만들어주는 셋톱박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로쿠를 통해서 이용하게 되는데요.
미국에서 한 때 `code-cutting`이 유행했었죠. 케이블TV를 이용하지 않고, 이 장비를 통해 OTT만 사용하는 겁니다. 여기서 로쿠는 장비 판매뿐 아니라 OTT 중개 구독료의 10%를 수입으로 얻고, 여기에 유튜브처럼 광고 수입까지 받습니다.
현재 로쿠의 미국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점유율은 40%로 업계 1위입니다.
<앵커>
자체 OTT 서비스가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니, 아예 스트리밍 플랫폼 인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컴캐스트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로버츠가 비아콤CBS(ViacomCBS)와의 협력, 또는 로쿠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비아콤CBS와의 협력보다 로쿠 인수 검토에 월가와 시장이 주목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현재 격변기를 거치고 있는 글로벌 OTT 시장이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내년 전세계 OTT시장 규모가 141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넷플릭스 천하`였던 시장에 디즈니(디즈니+), AT&T(HBO맥스), 아마존(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애플(애플TV+) 등이 치열한 가입자 경쟁을 펼치고 있죠.
미국인들의 OTT 구독 수는 2016년 1.6개에서 2019년에는 2.6개로 늘어났는데, 이게 2년 뒤면 4.9개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렇다보니 로쿠 처럼 여러개 OTT를 한번에 관리하는 플랫폼이 이득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로쿠는 월가 주요 IB들이 미디어·동영상 업종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업으로 꼽혀왔습니다. 주가를 보면 최고점을 찍은 2월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최근 1년 상승률은 248.66%에 달합니다. 요즘 가장 핫한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아크인베스트의 ARK ETF에도 보유량 상위 3~4위를 오가고 있고요. 주요 IB들의 로쿠 목표주가는 현재가에서 25% 더 상승여력이 남아있는 560달러 입니다.
<앵커>
컴캐스트 측은 어떤 입장인가?
<기자>
이 보도에 컴캐스트 측은 "순전히 추측(pure speculation)"이란 공식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컴캐스트 CFO(마이클 카바나)가 "지금 당장 새로운 자산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미국의 미디어 거물로 불리는 베리 딜러 인터엑티브(IAC)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컴캐스트가 다른 회사에 인수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직접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베리 딜러 IAC 회장: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이미 이겼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구독자 수 레벨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다른 서비스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가진 `모멘텀`은 되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른 기업들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가 흘려질 것이다.]
<앵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으로 풀이?
<기자>
인터뷰를 살펴보면 딜러 회장은 컴캐스트의 새로운 기업 인수를 `헛수고(fool`s errand)`라고 표현했는데요. OTT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고, 또 미디어 콘텐츠가 큰 자본이 들어가는 데 비해 그에 비례하는 수익, 구독자 수 증가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본 것입니다.
<앵커>
넷플릭스도 코로나 반사이익이 끝나고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가 지난해 25%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성장률 둔화 리스크가 불거졌는데요. 이에 넷플릭스는 스필버그 감독과의 협력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신사업에 나섰습니다. 먼저, 넷플릭스 숍을 열어 오리지널 콘텐츠 관련 `굿즈` 상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디즈니처럼 콘텐츠 라이선싱으로 수익을 내려는 전략입니다.
또 다른 새로운 수익원은 `게임 구독 서비스`인데요. 이용자 입장에선 닌텐도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구입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을 구독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짧게, 아마존의 MGM 인수 이야기를 해보죠.
지난 금요일 미 하원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독점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사실 최근 한 달 OTT 시장의 가장 큰 M&A 뉴스는 아마존의 MGM 인수였습니다. 무려 84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죠.
한국시간으로는 지난 주말에 뉴스가 나왔는데, 미 하원 법사위에서 반독점법 5건이 모두 통과했습니다. 금요일 자정이 넘도록 심의를 했는데 압도적 찬성이었습니다. 통과된 법안 5건 중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이 강력한 제재 수위를 담고 있는데요. 빅테크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 시장의 경쟁을 묵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법안의 첫 케이스로 아마존-MGM 인수 건이 해당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미 연방거래위원회, FTC의 새 위원장으로 온 리나 칸 위원장이 아마존의 MGM 인수계약을 검토한다고 밝혔죠. 칸 위원장의 로스쿨 졸업논문이 바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었죠. 최근 미국의 규제 기조, 그리고 칸 위원장의 성향을 고려하면 아마존의 MGM 인수가 분명한 경계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네.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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