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가 생전 성추행 피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놨던 선임 부사관이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만한 통화녹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군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군검찰은 이 과정에서 직속상관인 대대장이 증거인멸을 함께 모의한 정황도 포착하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국방부 검찰단은 2일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 김 모 중령과 같은 대대 소속 김 모 중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중사는 피해자 이 중사와 성추행 피해 당일인 3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여러 차례 통화하며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 뿐 아니라 상관들의 2차 가해 상황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중사가 당시 같은 대대에서 그나마 가장 믿고 상의할 수 있었던 선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최초 통화 사실과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는 최근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가장 믿고 소통하는 김 중사에게 전화해 본인이 피해를 입은 사항에 대해 전화로 얘기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중사는 당시 이 중사와 통화 내용 대부분을 휴대전화에 녹음해 저장해놨지만, 이를 즉각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피해자와 통화 내용 일부를 2차 가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중사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국방부 합동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녹취파일 등 증거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단은 김 중사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파일 삭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단은 또 정통대대장인 김 중령이 이런 정황을 알고도 오히려 김 중사 휴대전화에서 삭제 흔적을 없애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모의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단은 대대장인 김 중령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정상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는 성실의무위반 징계혐의사실로 (공군본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혀,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검찰단이 2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지난달 1일 합동수사 착수 이후 이날 현재 피의자 21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군 관계자는 총 6명이 됐다.
한편,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국방부가 최근 고인이 근무한 제20전투비행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추행 피해 사실이 부대 내 다수에게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 이 중사가 소속된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의 절반에 가까운 47%(간부 25명 중 10명, 병 9명 중 6명)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15비행단에서 전대장급 간부가 피해 사실을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필요한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을 국방부가 확인했다며, 15비행단 단장은 이 중사가 숨진 당일에야 피해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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