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 갈등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사업장에선 파업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는데요.
중소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 노조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체제` 출범 이후 첫 파업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지난 5월부터 13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노사 임단협 교섭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간 겁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만 64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권오국 /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 : 작년 코로나 상황에 전 세계 공장이 셧다운 될 때 저희는 거의 안 멈췄어요. 조합원들이 노력을 해서 성과를 이뤄냈단 말이죠.]
반대로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 줬다"며 "지금은 투쟁이 아닌 미래를 위한 협력을 할 때"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모레(7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으로, 가결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한국GM 노조는 이미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르노삼성 또한 기본급 인상폭 등을 놓고 회사와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 수주절벽에서 이제 막 벗어난 조선업계도, 모처럼 만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철강업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모레(7일)부터 사흘 동안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고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반대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포스코 노조는 근무 제도를 `4조 2교대`에서 `4조 3교대`로 바꾸려는 회사 측의 방침에 두 달째 반발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제철 또한 임금 협상을 앞두고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들의 잇따른 파업 움직임에 경제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닥을 쳤던 경기가 이제 막 살아나려 하는데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행여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용춘 / 한국경제연구원 팀장 : 현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보게 되면 반도체 수급난이라든지,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입니다. 파업까지 겹치게 된다면 겨우 코로나19 회복기에 접어들었는데 찬물을 끼얹게 돼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합심하며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던 지난해와 달리 불과 1년 만에 다시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의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이건만 우리나라 특유의 대립적 노사 관계는 바뀐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상봉 / 한성대 교수 : 하던대로 일상적으로 파업을 해야 될 필요가 없는 거죠. 실용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요구하고, 제대로 일하고 이러면 분규도 필요 없거든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제 밥그릇만 챙기는 대기업 노조의 행태가 정당화되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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