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귀…다시 시동 거는 '초격차'

고영욱 기자

입력 2021-08-13 17:25   수정 2021-08-13 17:25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 오전 출소하면서 자신에 대한 큰 기대를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초격차 경영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고 기자. 총수 복귀가 결정된 이후 삼성그룹 내 전반적인 분위기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기자>
    일단은 풀려난 것 자체에 안도하는 분위기고요.
    그동안 미뤄졌던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이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열심히 하겠단 의지를 밝힌 만큼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이 부회장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 부회장의 역할을 놓고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 없어도 삼성은 잘 돌아간다. 총수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사업이 흔들린다면 구멍가게 아니냐. 이런 의견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개별 사업부에서 하는 일상적인 업무 같은 경우에는 이 부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하지만 대규모 투자라든지, 신사업 같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결정에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앵커>
    이 부회장의 결정해야할 현안들이 뭐가 있습니까.
    <기자>
    현재 가장 시급한 건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입니다.
    지금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거든요.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이고, 인텔도 업계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인데, 한번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따라잡기가 어려워 투자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때 19조원을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해놓고도 어디에 지을 것인지 조차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6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는데, 삼성이 결정을 해야 이런 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삼성이 잘 하는 메모리 반도체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 수급 이슈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차세대 CPU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수요는 견조하다 이런 논란은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시장 상황까지 이 부회장이 컨트롤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기술격차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해 삼성의 초격차를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전자는 단수 쌓기보다는 경제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일단 대응은 했는데, 총수가 복귀한 만큼 이런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습니다.

    <앵커>
    미래 먹거리 발굴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나요. 이번 가석방에서 경제상황도 일부 고려가 된 만큼 기대가 큰 상황이지 않습니까.
    <기자>
    먼저 삼성SDI의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이 추진됩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맞춰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를 세우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진출과 함께 세계 4위 자동차회사 스텔란티스와 합작할 것이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16년 미국 하만 인수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M&A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분야는 인공지능이나 전장 사업입니다.
    <앵커>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났기 때문에 당장 경영 복귀는 어렵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어떤 겁니까.
    <기자>
    쉽게 말해서 몸만 밖으로 나왔지 징역을 살고 있는 것과 같고요. 징역을 살면서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영 복귀가 어렵다는 겁니다.
    법적으로 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을 적용 받는 겁니다. 이 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끝나는 내년 7월부터 5년간 삼성전자 등에 재직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제약을 벗어나려면 법무부의 취업승인이 필요합니다.
    <앵커>
    이 부회장의 본격적인 경영복귀를 위해선 취업승인이 필요하단 거군요.
    과거에도 기업 총수가 취업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이재용 부회장도 적용 받을 수 있나요.
    <기자>
    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사례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김 사장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었는데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법무부 취업승인을 받았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김 사장이 삼양식품 성장에 기여한 점과 각종 신사업 등에 오너 일가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고요.
    김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삼성 역시 이 부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사안들이 쌓여있는 상황인데,
    이재용 부회장 측이 취업승인 신청을 빨리할수록,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결정이 빠를수록 경영복귀 시점은 앞당겨질 겁니다.
    <앵커>
    경영에 복귀한다면 첫 행보는 어떤 방식이 될 걸로 예상합니까.
    <기자>
    이 부회장이 3년 전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땐 45일간 잠행 했습니다.
    첫 공식행보는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회사 ASML과의 사업 협력 논의였는데, 그 뒤 한 달에 한 번 꼴로 세계 각국을 돌며 투자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일단 먼저 몸을 추스르면서 사업현안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낸 뒤 이번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고요.
    국내에선 평택 사업장에 조성하고 있는 3캠퍼스 건설현장을 둘러보면서 반도체 생산라인 등을 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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